비 갠 뒤 드러나는 바위, 계곡..'인왕제색도' 보고 떠올린 담양 소쇄원[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전승훈기자 2021. 9. 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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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시간을 이용해 택시를 타고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비가 개인 후 구름 속에서 드러나는 범바위, 치마바위, 기차바위, 수성동 계곡. 지난 3년간 경복궁 역부근에서 매일 인왕산을 바라보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실로 감격스러운 그림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가 그칠 '제(霽)'라는 글자는 담양 소쇄원에서 본 적이 있다.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선비들의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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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시간을 이용해 택시를 타고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중박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이번 주말(26일)까지 마무리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부랴부랴 갔다. 전시 작품 중에 중심은 뭐니뭐니 해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였다. 비가 개인 후 구름 속에서 드러나는 범바위, 치마바위, 기차바위, 수성동 계곡…. 지난 3년간 경복궁 역부근에서 매일 인왕산을 바라보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실로 감격스러운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림 구석에 겸재가 직접 쓴 글씨 ‘인왕제색(仁王霽色)’을 보다가 문득 ‘제색’은 무슨 뜻일까 생각했다. ‘제(霽)’자는 비나 눈이 그치고 날씨가 쾌청해진다는 뜻이다. 온종일 비가 내리고 모든 황사 먼지 다 씻어낸 다음날 산을 바라볼 때의 느낌이다. 그림은 흑백이지만 비가 씻어낸 서울 하늘에 나무와 풀, 집들의 색이 제대로 살아나는 순간이다. 겸재가 대충 찍어놓은 점같은 모양들이 한두발 떨어져서 보니까, 하얀색 안개인 듯 구름인 듯 피어나면서 습기가 느껴진다. 그 자리에 관람객을 위한 의자도 갖다 놨다. 자리에 앉아서 보니 구름이 개여 바위가 뚜렷이 드러난 산 꼭대기의 풍경과 달리 옥인동 마을에는 아직 안개가 자욱하게 이리저리 흘러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이남 작가가 미디어아트로 표현하는 움직이는 동양화를 보는 듯 착시현상이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비가 그칠 ‘제(霽)’라는 글자는 담양 소쇄원에서 본 적이 있다.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선비들의 정원이다. 소쇄원에는 계곡 위에 광풍각(光風閣)이 있고, 그 뒤에 산 기슭 위에 제월당(霽月堂)이 있다. 제월당은 주인의 공간이고, 광풍각은 손님을 맞는 사랑채 역할을 한다. ‘광풍(光風)’은 빛광자를 쓴다. 미친 듯이 부는 바람인 광풍(狂風)과 달리 ‘맑은 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뜻한다. ‘비그칠 제’가 들어 있는 제월(霽月)은 ‘비가 그치고 나서 뜨는 맑은 달’이다. 비가 먼지를 다 씻어낸 다음에 뜨는 청명하게 맑은 달이다. ‘소쇄(瀟灑)’도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물 맑을 소’ ‘씻을 쇄’. 몸과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이 소쇄다. 육체 분 아니라 정신까지도 늘 맑고 깨끗하게 닦으며 살아가겠다고 하는 정원이 소쇄원인 셈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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