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확진자..정부는 '확진자 수→치명률' 지표 변경 검토
위중증 환자 수도 26%가량 감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2434명 발생했다. 추석 연휴 이동에 따른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예방접종 효과로 지난달보다 위중증 환자 발생이 줄고, 하루 3천명 발생에도 대응 가능한 병상이 마련돼 있어 현재 유행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가 아니라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을 지표 삼아 유행 규모를 판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체계로의 전환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4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2434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2221명 발생한 지난달 11일 이후 44일 만에 나타난 역대 최다 규모다. 수도권에서 72.3%(1747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추석 연휴 이동량 증가 영향이 본격화하는 다음 주부터 비수도권에서도 확산세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추석 이후 검사량이 증가하고 있어 25일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고, 다음 주에는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석 직전 전 국민의 70%가 1차 접종을 받는 등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위중증 환자 발생은 되레 줄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자료를 보면, 이날 현재 사용 중인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은 512병상으로 지난달 23일에 견줘 69병상 줄었다. 위중증 환자 수도 이날 309명으로 지난달 넷째주 평균 417명에 견줘 26%가량 감소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접종의 누적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예전보다 위중증률이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확진자 규모만큼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며 “(10월3일 끝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대해선) 위중증률과 치명률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확진자 규모만 중시하는 쪽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세에 대비해 지난달과 이달 발동한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통해 정부는 하루 3천명 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병상 확보 작업이 다음 주께 완료된다고 밝혔다. 확진자의 입원 비율을 줄이기 위해 주로 경기도에서 이뤄지던 재택치료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재택치료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기일 제1통제관은 “재택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수가를 신설하고 환자 관리 시스템 개선 방안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겠다”며 “재택치료를 원하는 확진자는 해당 지자체에 신청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접종자는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감소할 뿐 아니라 회복세도 빨라 중환자 병상에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수도 하루 10명 미만으로 3차 유행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예전처럼 확진자 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백신 접종과 함께 병상 확보 등으로 위험 수용 능력을 키워가면 바이러스와 안전한 공존도 무리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에 맞춰 ‘단계적 일상 회복’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작성한 ‘코로나19 대응전략 전환 검토’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지금처럼 확진자 수가 아니라 치명률을 유행 규모 판단 지표로 삼고, 이를 확진자 수처럼 매일 발표하는 게 아니라 1주일 등으로 간격을 두거나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만 발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초기 바이러스의 2배 이상으로 무증상 전파가 절반에 이르고,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도 감소시켜 18살 이상 성인 100%가 접종하더라도 전염 자체를 막는 완전한 집단면역과 유행 근절은 어려워진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진자 수가 아니라 치명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위험군 보호와 접종, 치료에 집중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계절 독감과 같은 주기적 유행병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공존 전략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 독감으로 연간 사망자가 1500~2500명 정도 발생하는데, 코로나19 역시 신규 확진자가 7500명 정도 나와도 치명률을 0.05~0.1%로 관리하면 사망자 수가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달 확진자의 치명률은 0.29%였다.
거리두기 체계도 현행 4단계에서 2~3단계로 간소화하고, 14일 동안 이뤄지는 자가격리 역시 증상 발현 뒤 5일 이내 바이러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10일→7일→5일로 단계적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신규 확진자 가운데 2%만 입원하는 데 견줘 한국은 20%가 입원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무분별한 병상 점유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이를 위해 접종완료자와 기저질환이 없는 50살 미만부터 재택치료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공포에 비해 전략 전환이 이르게 진행되면 ‘방역 실패나 포기’로 인식돼 정부 신뢰가 저하되거나 반대로 목표 접종률 달성과 적절한 대응 체계가 갖춰지기 이전에 국민의 경각심이 과도하게 저하돼 중증환자 수가 급증하는 두 가지 상반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며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진행함과 동시에 단계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전략에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유행의 감소를 단계적 일상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유행 규모를 전제 조건으로 두면 방역 전략 전환이 어렵게 되고 시기를 놓치게 된다”며 “지금처럼 최고 단계 거리두기를 해도 확진자가 더 늘고 있는 건 현재 방역 체계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환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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