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집단대출 축소..입주예정자 '날벼락'

김혜순,김유신 입력 2021. 9. 24. 17:45 수정 2021. 9. 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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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분양자 대출 담보 가액
분양가·시세 중 낮은금액으로
입주 한 두달 앞둔 실수요자
"자금 어디서 구하나" 발동동
농협, 8월부터 신규대출 중단
타은행권으로 확산 이어질 듯
# 2019년 경기도 하남시 한 공공분양주택 청약에 당첨돼 다음달 입주를 앞둔 직장인 A씨(41)는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축소 소식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가 입주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잔금은 약 2억5000만원. 요즘 같은 대출 규제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아파트 시세 기준으로 충분히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이 분양가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낮췄고 이 기준에 따르면 잔금을 치르기에 자금이 부족해진다. 여기에 더해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주인마저 날짜에 맞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 같다고 통보해 A씨의 걱정은 늘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잔금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면서 A씨처럼 신규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앞둔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 다른 은행들도 신규 집단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로 갈수록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고조될 전망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집단대출 관련 입주 잔금대출 취급 시 담보 조사 가격 운영 기준을 'KB 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 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 금액'으로 바꿀 예정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 5억원, KB 시세 10억원인 아파트를 신규 분양받았다면 입주 잔금 납입 시 기존에는 KB 시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적용해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분양가 대비 40%인 최대 2억원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통상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으면 분양가 10%를 계약금으로 낸다. 나머지 중 60%는 은행에서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아 주어진 일정에 따라 납입한다. 이후 입주 시점에 만기가 긴 잔금대출로 갈아타면서 대출받은 금액으로 중도금 대출과 잔금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제까지는 신규로 지어진 주택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분양자들이 중도금 대출을 갚고 잔금을 납입하는 데 부담이 없었지만 시중은행이 집단대출을 조이면서 하루아침에 자금 수억 원을 더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전체 아파트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한번 승인이 나면 대출 규모가 크다"며 "현 상태에서는 더 늘리기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타행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대출 증가세가 확대돼 가계대출 적정 관리를 위해 한도를 한시적으로 축소 운영하게 됐다"며 "실수요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대출 규제로 입주가 불투명해진 청원인의 글이 24일 기준 1000명 이상에게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월세·전세 이사도 여러 차례, 청약으로 처음 집을 장만하게 됐다. 열심히 모은다고 했지만 자금이 부족해 집단담보대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답답해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민, 실입주자에게는 집단대출 규제를 풀어준다는 공식 발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입주를 몇 달 앞두고 중도금 대출까지 진행하던 은행들이 갑자기 잔금대출을 접수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당황스럽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금융기관의 집단대출 한도 축소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5~6%)을 넘어서자 공식적으로 신규 집단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신규 중단을 발표하기 전에 일부 기승인 났던 대출만 추가로 진행하고 현재는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 중단이나 한도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국민은행의 정책에 따른 풍선효과와 당국의 추가 대책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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