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지식과 공감이 온라인 혐오 청소한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혐오의 장(場)이다. 단편적인 정보와 뉴스를 바탕으로 한 집단을 벌레로 비유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어린 학생을 '급식충'으로 비하하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게 '틀딱충'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일은 이미 하나의 놀이가 됐다. 혐오의 정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속에서도 들불처럼 번진다. 초갈등의 시대, 소방수는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공감이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혜로 무장한 공감의 전도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다. 신간 '헤이트'가 주인공이다. 심리학·법학·미디어학·역사학·철학·인류학의 지성들이 혐오라는 단일 주제를 철저히 해부한다. 혐오가 불러온 비극의 역사를 짚으면서 동시에 우리 속에 강하게 똬리를 튼 불온한 감정을 이완시키는 촉매다. 지난해 가을 열린 아홉 석학의 콘퍼런스를 책으로 엮은 덕분에 난도가 높지 않다.
이슬람 하면 우리 사회는 '테러'를 연상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전쟁의 극한 갈등 속에서도 기독교도에게 아량을 베푼 이들이 바로 무슬림이어서다. 십자군 전쟁이 단적인 예다. 아랍의 장군 살라흐 앗 딘(살라딘)이 1187년 예루살렘을 재정복했을 때, 그가 보인 건 관용이었다. 예루살렘에서 살던 기독교인들이 자유롭게 떠나거나 머물 수 있게 허용해줬다. 100년 전인 1차 십자군 때 그리스도인인 십자군들이 이슬람 포로들의 목을 잘라 투석기로 성채에 던져 놓은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잉글랜드 사자심왕 리처드가 전장에서 지쳐 보이자, 깨끗한 의복과 백마 두 필을 보내준 것 역시 살라딘이었다. 십자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왕이 된 살라딘은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선정을 베풀었다. 후대 사학자들이 유럽의 기사들보다 살라딘을 기사도의 전형으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염병은 인간의 몸을 무너뜨리고 마음을 잠식한다. 혐오는 그 균열 속에서 번식의 기회를 맞는다.
위기의 시기마다 소수자를 학살해온 역사를 되풀이한 독일은 특별한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기념한다. 마녀재판이 일어난 곳곳에 석판을 마련했다.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혐오의 위험성을 감지하기 위해서다. 돌에 쓰인 문구가 희미해진 현대인들의 공감 능력을 일깨운다. '악에 대해 저항하라, 인간의 존엄을 보존하라.'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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