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이 사랑한 정원, 그곳서 시가 피어났다

이용건 2021. 9. 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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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 마타 맥다월 지음 / 박혜란 옮김 / 시금치 펴냄 / 2만원
생전에는 다소 비밀스러웠고 사후에 더 문학적 명성을 얻었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개인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초대장을 열면 생전 그의 문학적 영감의 토대이자 삶 그 자체였던 정원의 사계절을 엿볼 수 있다. 책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은 그의 문학 세계를 자연과 식물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디킨슨 평전인 동시에 식물 정보책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식물 그림과 사진, 상세한 설명을 담은 식물 목록들이 담겨 있다. 정원 생활은 디킨슨의 삶이었으며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정원의 모습은 디킨슨의 생애 주기와 문학적 진전과 맞닿아 있다. 20대의 디킨슨이 많은 이들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탐색하는 '여름'을 보냈다면 육체적 쇠약이 찾아오는 늦가을과 겨울엔 은둔이 시작된다.

그는 10대부터 식물 분류체계와 식물학 어휘를 알았다. 가족·친구들과 편지로 왕래할 때도 언제나 꽃다발과 압화를 동봉했다. 자연의 예리한 관찰자였던 셈이다. 디킨슨은 생전에 시를 거의 발표하지 않았지만 편지와 시, 손수 제본한 책 등 많은 문서를 남겼다. 그의 시가 왜 간결하고 절제돼 있는지, 소재나 주제 면에서는 자연 세계 대상에서부터 추상적 관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신비주의는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디킨슨은 최고의 시인이기 전에 가족을 사랑하고 헌신했던 소녀였다. 그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냈던 약 1000통의 편지를 통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책의 저자 마타 맥다월은 '펜'과 '모종삽'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조경 연구자이기도 한 그는 삶에 '정원'이 들어 있는 유명 작가들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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