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 윤지충의 키는 165.2cm 내외, 충치 4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은 순교 당시 신장은 165.2±3.8㎝였고, 치아는 32개가 모두 있었다. 그 중 4개는 충치가 있었으며 생전에 치주염을 앓았음이 밝혀졌다.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24일 오후 전북 완주 초남이성지에서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를 갖고 지난 3월 11일 발굴된 윤지충 바오로·권상연 야고보·윤지헌 프란치스코 등 3인의 순교복자에 대한 상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주교구는 앞서 지난 9월 1일 김선태 주교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유해 발굴 사실을 발표했으며, 지난 16일 초남이성지 내 교리당에 세 순교자의 유해를 안치했다.
전주교구는 유해 발굴 이후 4개월여에 걸쳐 고고학·해부학적 검증 작업을 거쳤다. 6·25당시 전사한 무연고 국군 유해를 발굴해 DNA분석을 통해 유족을 찾아 전해주는 역할을 맡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까지 참여했다. 이날 초남이성지담당 김성봉 신부는 “지극히 희귀한 발견이어서 비교할 자료가 없었다”고 말한 것처럼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더욱 만전을 기한 것.
이날 발표에 따르면 발굴된 유해가 윤지충 등 순교자들의 유해임을 알게 된 결정적 증거는 윤지충의 분묘에서 발견된 백자사발지석이다. 직경 15㎝ 가량인 사발 바닥엔 모두 22자(字)가 세필로 쓴 한자로 적혀 있었는데, 그 가운데 윤지충의 이름과 함께 ‘聖名(성명·세례명) 保祿(보록·바오로)’이 적혀 있었다. 권상연 야고보 분묘에서도 백자사발지석이 발굴됐지만 세례명은 없었다. 윤지헌의 분묘에서 발굴된 백자제기접시엔 ‘제(祭)’자만 적혀 있었다. 윤지충의 지석엔 ‘건륭 57년 임자(壬子) 10월 12일(1792년 10월 12일)’이란 기록도 나왔다. 무덤이 조성된 연대를 기록한 이 날짜로 미뤄 1791년 11월 순교한 후 거의 1년 후 이 곳에 매장됐음을 보여준다.
해부학적 검증 결과는 더욱 과학적이다. 세 순교자의 유해는 넙다리뼈(대퇴골)가 납작해 아시아계(系), 볼기뼈(관골)의 형태로 봐서는 남성으로 판별됐다. 넙다리뼈와 정강이뼈의 길이로 추정한 신장은 권상연 야고보가 152.5±3.8㎝, 윤지충 바오로는 165±3.8㎝,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163.9±3.8㎝였다. 치아가 온전히 보존된 윤지충의 경우엔 13,12,22,23번 치아가 충치였고, 생전에 치주염이 있었던 점까지 밝혀졌다. 치아와 뼈의 상태로 볼 때 유해의 사망 당시 연령도 세 순교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동 권씨 친족 5명, 해남 윤씨 친족 5명의 머리카락과 구강 세포를 통해 유전자 대조 결과도 권상연과 윤지충·윤지헌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세 순교자의 유해 전신 사진도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에서 윤지충은 5번째 목뼈가 예기(銳器·날카로운 도구)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상연은 목뼈 부분이 없었다. 참수형의 흔적으로 추정됐다. 또 능지처사형을 당한 윤지헌의 유해는 팔꿈치와 무릎 아래 뼈가 없었다. 능지처사형은 사지를 절단해 각각 다른 곳으로 보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유해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굴됐다. 유해 감식 총괄 책임자인 송창호 전북대 의대 교수는 이날 보고회에서 “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한 결과, 발굴된 유해는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그리고 윤지헌 프란치스코로 결론 짓게 됐다는 것이 전주교구의 설명이다.
전주교구는 “이 보고서에 담긴 교회사적, 문화사적 성과의 기록이 앞으로 순교자들의 신앙 연구와 현양에 기여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주교구는 이번에 함께 발굴된 백자사발지석 등 유물은 항온항습 장치가 마련된 시설에 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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