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AI]④ 나도 성공한 사람들처럼 매일 4시간만 자도 멀쩡할 수 있을까?..자신만의 수면 패턴 파악하기

이혁주 을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1. 9. 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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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주 을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혁주 을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경제]

여러분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 보통 7~8시간은 자야 정상적인 수면 시간을 지켰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그만큼의 시간을 확보하기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야근과 교대근무가 잦은 직장인, 밤샘 공부가 잦은 수험생,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워킹맘 같은 분들에겐 힘든 일이죠.

실제로 진료현장에 있다 보면 환자분들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혹시 제 수면 시간이 너무 짧은 건 아닌가요?” 하고요. 사실 하루에 꼭 7~8시간을 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각자의 적정 수면 시간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6시간 미만을 자도 피곤해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내기 위해 더 긴 시간을 자야 합니다. 전자와 같은 사람을 의학용어로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라고 부르며, 이는 정상으로 분류됩니다. 또 간혹 나이 드신 분들 가운데 젊은 사람보다 충분히 못 자는 건 아닌지 우려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몇 시간을 자든 수면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7~8시간을 잤다 해도 낮 동안 피곤해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수면장애로 볼 수 있죠.

일러스트 제공=에이슬립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사람마다 적절한 수면 시간이 있듯 적절한 수면 패턴이 있습니다. 수면 패턴이란 잠에 들고, 깨어나고, 활동하는 일주기 리듬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리듬에 불균형이 발생할 때, 즉 본인의 수면 패턴과 맞지 않게 수면을 취하게 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면 패턴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수면장애를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라고 합니다. 평소 수면 시간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 반대로 너무 일찍 잠들고 일찍 깨는 ‘수면위상전진증후군’, 낮과 밤의 활동 시간을 인위적으로 거스를 때 나타나는 ‘교대근무 수면장애’, 해외에 나갈 때면 겪곤 하는 ‘시차 수면장애’ 등이 모두 수면 패턴의 문제로 발생하는 수면장애입니다.

결국 자신에게 잘 맞는 수면 패턴, 일주기 리듬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일주기 리듬을 알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손목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는 ‘손목 활동 기록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측정 기간 동안 환자들에게 낮에 활동할 때나 잠을 잘 때 항상 손목 활동 기록계를 차고 지내도록 하고, 몇 시에 잤고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수면 일지에 스스로 기록하게 하는데요. 이렇게 1~2주 이상 지속적으로 추적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수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이 과정을 점검해주기엔 힘든 점이 많습니다. 환자들이 매번 손목 활동 기록계를 체크하고 수면 일지에 정확한 기록을 남기기도 쉽지 않고요. 특히 수면일지를 작성하는 데 있어선 기억에 의존해야 할 때가 많아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을 경우 수면 패턴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여러 번 받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죠.

일러스트 제공=에이슬립

다행히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면 패턴 및 일주기 리듬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와이파이 기술을 이용한 수면 모니터링 디바이스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그런 기기들이 깨어 있을 때와 잠들었을 때의 호흡법과 움직임의 차이 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의 손목 활동 기록계보다 정확하고 편리한 측정이 가능해질 겁니다. 조만간 이러한 기기들이 상용화되어 수면장애를 진단 및 예방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혁주 을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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