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디지털 가입 중개 규제에 발칵 뒤집혔다
24일 금소법 시행 앞두고 부랴부랴 대책 마련
24일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카드업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카드사들이 관련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았는 데, 이 핀테크 업체들이 대거 금소법 적용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자연히 카드업체들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도 어그러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각 카드사 관계자들과 만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 여부를 놓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초 카드업계는 금소법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KB카드 등을 금소법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을 정도다. 그런데 금소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금융당국이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카드 상품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핀테크 업체 영업 행태를 두고 ‘광고’가 아닌 ‘중개’라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새 금소법에 따르면 단순 광고는 플랫폼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교·추천 후 가입까지 이어지는 중개 행위를 하려면 중개인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 25일 이후에도 같은 영업 행위를 반복하면 소비자 정보 불법 이용사례에 해당해 카드사와 손잡은 핀테크 업체 모두 법을 어기는 ‘미등록 중개업체’로 전락한다. 지난달 3월 개정 이후 6개월긴 유예기간을 거친 새 금소법에 따르면 카드사는 핀테크 이용자 소비 정보를 토대로 적합한 신용카드를 추천하는 영업 방식을 계도 기간이 끝나는 24일까지 개선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태 핀테크 플랫폼에서 신용카드 상품을 가입하면 현금 캐시백이나 특별 상품을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 서비스라고 판단했다”며 “여러 금융상품을 모아서 비교만 해주고, 해당 금융사 사이트로 이동해 이용자가 직접 가입하도록 하면 새 금소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최근 5년간 급증하고 있다. 2015년 6.3%에 불과하던 온라인 신규발급 비중은 올 상반기 42.6%로 약 7배 늘었다. 특히 온라인 발급 가운데 3분의 1은 카드사 사이트를 통한 직접 가입이 아닌, 빅테크와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발급이 차지한다.
반면 같은 시기 신용카드 모집인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2016년 2만2872명였던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올해 8월 기준 8607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1만명 선이 깨지고 난 후 갈수록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마케팅에 제한이 생기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새 금소법에 대응해 기존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핀테크 기업과 제휴 계약을 맺고 핀테크 기업을 제휴모집인으로 등록하는 방안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핀테크 기업이 카드사와 제휴계약을 맺고 제휴모집인으로 등록을 마치면 이전 서비스 그대로 중개를 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이 ‘제휴모집인(人)’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법리적 해석을 해야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각 카드사들은 해당 여부를 놓고 금융위원회에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일부 카드사는 금소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핀테크를 통한 가입 유도를 하지 않고, 순수 광고만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금소법 적용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영업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25일부터는 일단 카드 추천 서비스를 광고로 개편해 온라인 배너나 지면 형태로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화된 카드 추천 서비스가 아니라 이용자 개인정보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품 추천 서비스는 금소법상 판매 행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다만 대다수 카드사들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어떻게든 핀테크 플랫폼과 제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와 같은 일반 광고 형태로는 지금 같은 추세로 이용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신용카드 관련 매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젊고 소비력이 큰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자주 이용하는 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며 “해당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연회비 같은 방식으로 분담하면서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어 금소법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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