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 "종전선언, 결과물이 있다기보단 계기 마련하자는 것"

인현우 2021. 9.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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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8개월 정도 남긴 채 유엔총회에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두고 실질적으로 결과를 이뤄내기보다는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2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오준 전 주유엔대사는 종전선언 제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제안한 것이 아닌가"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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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전 주유엔대사·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실현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행동 촉구할 것"
"미국도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으로 고려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외교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8개월 정도 남긴 채 유엔총회에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두고 실질적으로 결과를 이뤄내기보다는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2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오준 전 주유엔대사는 종전선언 제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제안한 것이 아닌가"라고 관측했다. 오 전 대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그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북한도 약간 부정적인 이야기를 내놓았고,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미국이 됐든 북한이 됐든 대화 재개를 위해 어떤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드는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아침 외무성 담화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8월까지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같은 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내부에서 계속 벌어지는 결과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군불을 땐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하와이 호놀룰루 펄하버히컴기지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해 공동 송환 의식을 참관하고 있다. 호놀룰루=로이터 연합뉴스

두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종전선언 제안에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지금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안 나오는데 미국에서는 점진적, 실용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고, 한국은 이걸(종전선언을) 계기로 만들어서 톱다운으로 가자는 거니까 방법론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서도 "미국과 조 바이든 대통령도 외교를 하겠다는 기본적인 좋은 사인을 보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전 대사도 "종전선언은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아닌 정치선언이고 평화협정으로 가자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정이 가장 중요하니까 비핵화 협상의 일부로써 이 종전선언을 어느 시점에서 동의해줄 수 있을까, 이런 고려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원론적으로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며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약속의 실행가능한 계획을 향해 구체적인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 전 대사는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의 약화나 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종전선언만 가지고 미군 철수와 연결이 되진 않는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유엔사령부의 문제는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유엔사가 해체된다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건 아니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에 의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 미중 간 협력 가능" vs "베이징올림픽, 일단 지켜봐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번 종전선언 제안에서 당사국에 남북과 미국에 더해 중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달랐다. 김준형 교수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중국을 끌어들이는 포석으로 본 반면, 오준 전 대사는 중국에 대한 배려 차원의 언급이라고만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게 약간의 묘수라고 내놓은 건데, 지난번에는 중국이 들어가는 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했다"며 "바이든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세 가지 분야로 방역과 기후변화, 핵 확산 방지를 제시했는데 이 부분(북핵 문제)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베이징올림픽에서 북핵 회담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을 염두에 두고 "(북핵 문제에) 미중 사이에서 협력이 가능하고, 베이징(올림픽)도 있으니까 (한국이) 중국을 끌어들여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전 대사는 종전선언 제안에 중국이 언급된 데 대해 "중국과 미국,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했기 때문에 중국은 정전협정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키는 데 자신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배려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베이징올림픽 계기론'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해야 된다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스포츠를 그렇게 정치화시키면 안 된다 하는 주장도 많이 있다"며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이 아주 강해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원한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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