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선거 때마다 꼭 있다 '사퇴' 승부수, 성공조건은

박제완 2021. 9. 24. 14: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의원직 사퇴 관철 이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던 이낙연 후보가 의원직 사퇴를 '깜짝 카드'로 꺼내들었고 실현됐다. 정치권에서 보통 의원직 사퇴 선언이 의원들의 만류로 곧 없던 일이 되는 '의례적 행보'로 분석되는 것과 달리 이낙연 후보는 사퇴 선언 이후 의원회관의 짐을 정리하는 등 실제적 행동까지 이어갔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후보의 의원직 면직안이 처리되면서 20대 총선 당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압승을 거둔 이낙연 후보의 종로구 의원직은 다시 공석으로 남았다. 이낙연 후보가 꺼낸 의원직 사퇴는 사실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후보들이 꺼내드는 일종의 승부수 혹은 배수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가 의원직 사퇴로 결기를 표현한 이후로 대선 주자들의 의원직 사퇴 카드는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의원직이 더 이상 특권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점, 잦은 의원직 사퇴 언급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의원직 사퇴를 오히려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로 만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에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비례대표직 던지고 당선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례 모두 의원직 사퇴가 결정적인 당선 이유라기보다는 '상징'에 가까웠다. 이뿐만 아니라 두 전직 대통령이 내려놓은 의원직은 모두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김 전 대통령 당시 전국구)인 만큼 당에 재보선 부담을 안기지 않는 경우였다.

대선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던진 최초의 사례는 1992년 대통령선거다.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총재는 1992년 10월 13일 국회본회의 대표 연설에서 "대통령 후보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김 전 대통령은 2위 후보였던 김대중 당시 민주당 후보와 초접전 양상을 그대로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에 지지세가 결집한 것은 그해 12월 '초원복집 사건' 등 정치적 공방 대상이 불거진 이후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8.2%포인트 차이로 김대중 후보에게 승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을 3주가량 앞둔 시기였던 2012년 11월 25일에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한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후보 단일화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실제 대선에서도 51%를 차지했고 역대 최다 득표수로 당선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8대 대선 당시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의 의원직 사퇴 자체가 크게 주목도가 높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의원직 역시 비례대표직이었던 만큼 재보선 없이 의원직 승계가 이뤄졌다.


선출직 던졌지만 역부족


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선에서 의원직 사퇴 이후 당선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낙선한 대선 후보들은 대부분 지지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의원직을 내던졌고, 이들의 의원직은 대부분 지역구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7년 4월 15일 19대 대선 후보 등록과 함께 노원병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이후 안 대표의 지지율은 이렇다할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의원직 사퇴 직전인 4월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대표의 지지율은 37%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3%포인트의 격차를 보였지만 4월 20일 조사 결과에서는 30%를 기록해 문 후보와의 격차가 오히려 11%포인트로 벌어졌다.

노원병 지역구는 대선 이듬해 치러진 2018년 재보선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20대 대선에도 출마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 역시 안 대표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김 전 지사는 2012년 18대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지사직을 내려놨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14.3%를 기록하며 3위에 그쳤다. 김 전 지사가 내려놓은 경남지사직은 2012년 18대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넘어갔다.


이낙연 승부수, 통할까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는 지역구 의원 사퇴, 추격을 노린 전략이라는 점에서 안 대표와 김 전 지사의 사례와 유사하다. 의원직 사퇴 이후 이 후보가 민주당 1차 슈퍼위크에서 30%대 지지율을 넘어선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이낙연 후보의 이력에서 의원직은 돋보이는 이력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이 후보는 의원직 외에도 전남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 등 소위 '네임드' 이력이 상당하다. 이들 직책에 비해 의원직이 튀는 이력이 아닌 만큼 사퇴의 파급력 역시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율 교수는 "실제로 유권자들 중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현직 의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역시 "사퇴의 배수진은 '낙선하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의미에서 결기를 보여주는 것인데, 사실 이낙연 후보를 보고 그런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1대 국회가 이전 국회에 비해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는 점 역시 이 후보의 사퇴가 빛이 바래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후보이던 김웅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송파갑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이 후보에 앞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윤희숙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의원직 사퇴를 밝혔고 실현됐다.

[박제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