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무기로 유럽 목 죄는 러시아.. 올 들어 가격 250% 뛰어

이슬기 기자 2021. 9. 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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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올 겨울 에너지 대란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스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인 탓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미국과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에너지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조건 하에 가스관 건설에 공식 합의했지만, 유럽 등 국제사회의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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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의도적으로 유럽 천연가스 공급량 감축
"송유관 허가 받아내려는 압박"

최근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올 겨울 에너지 대란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스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인 탓이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발트해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송유관 ‘노르트 스트림-2′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유럽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기. /EPA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전날 유럽 각국 정부로부터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기업인 가즈프롬에 대한 유럽의회 차원의 조사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즈프롬이 최근 아시아 지역 수출 확대와 유럽 수출량 축소를 선언해 시장 가격을 악의적으로 조작했다는 게 각국 정부의 주장이다.

가즈프롬은 다음달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추가 수출을 완전히 철회하고, 폴란드를 경유하는 야말-유럽 가스관도 일부만 남겨두겠다고 선언했다. 발표 직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또 한 차례 치솟았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올 들어 250% 가까이 올랐다. 아시아의 가스 값 상승 폭인 17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공급량 하향 조정과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낮은 재고, 글로벌 기업과 정부의 탄소저감 기조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 정부는 가구당 가스 값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송유관 '노르트 스트림-2' 건설 작업 현장.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복수의 가즈프롬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올해 노르트 스트림-2 완공을 앞두고 일부러 천연가스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과 EU가 노르트 스트림-2 개설을 승인하면 러시아도 유럽에 대한 가스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가즈프롬은 해당 가스관 사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관통해 유럽을 연결하는 1225km 길이의 해저 가스관이다. 러시아 서부 나르바와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를 연결하는 이 가스관이 완공되면 연간 55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독일로 공급된다. 유럽 천연가스 연간 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가 새 가스관을 ‘정치적 무기’로 악용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할 것이라며 러시아 기업을 제재하는 등 반대해왔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미국과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에너지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조건 하에 가스관 건설에 공식 합의했지만, 유럽 등 국제사회의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AP 연합뉴스

이날 미국 에너지부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경색으로 타격을 입은 유럽 국가들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가격 조작 혐의를 받는 국가에 대항하겠다”고 러시아를 직격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가 미국·유럽·러시아 사이의 가장 민감한 지정학적 문제가 됐다면서도 “미국이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압박할지 불문명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도 “미국이 각종 제재로 러시아에 압력을 가했지만, 당장 유럽에 닥쳐올 가스 대란을 해결할 열쇠는 러시아가 쥐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유럽 각국 정부는 에너지값 상승에 따른 4분기 전기·가스요금 폭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이날 기업·가계의 에너지 요금 경감을 위해 30억 유로(약 4조1253억 원)를 지원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영국도 생산 차질을 빚는 철강 및 비료 제조업체 등에 긴급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프랑스는 지난주 저소득층 600만가구에 100유로씩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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