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만 배불렸다" 브라질 시민단체, 상파울루 증권거래소 점령

이경은 기자 2021. 9. 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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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상파울루 시내 증권거래소에 난입해 고물가와 실업, 굶주림 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오후 브라질 상파울루 금융가에 위치한 증권거래소에 시위대가 들이닥쳤다. ‘집 없는 노동자 운동(Homeless Workers Movement)’이란 이름의 브라질 시민단체는 역대 최대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항의하면서 약 1시간 증권거래소를 점거했다.

이 단체는 이날 트위터에 “최근 주가 급등으로 거대 기업들은 큰 이익을 거뒀지만 저소득층은 철저하게 소외됐다”면서 “이에 투기와 사회 불평등의 최고 상징인 증권거래소를 점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약 1억명의 국민이 기아 상황에 있거나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데 부자들은 주식시장에서만 하루에 350억 달러를 거래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위대는 ‘대통령과 시장이 우리를 굶주리게 하고 죽이려 하고 있다’, ‘기업은 돈을 버는데 사람들은 굶주려가고 직장 구하기도 힘들다’, ‘모든 것이 비싸졌는데 모두 대통령 잘못이다’, ‘우리의 굶주림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증권거래소에서 시위 중인 시민단체. 최근 브라질은 인플레이션 속 극심한 양극화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브라질은 최근 식료품과 기름값 등 물가가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물가 급등에 놀란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에서 6.25%로 1%포인트 올리기도 했다. 2년래 최고치다.

공식 실업률은 14%가 넘어 1400만명이 무직 상태이며, 물가 상승률은 10%에 육박한다. 브라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4.1% 감소하면서 타격을 받았지만, 올해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코로나 부실 대응, 백신 구매 비리 의혹 등을 이유로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회 조사를 받고 있으며, 탄핵도 추진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극우 성향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했기 때문에 자연 항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코로나는 브라질의 양극화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브라질에선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브라질에선 하루 평균 500명씩 사망하고 있다. 공식 누적 사망자 수는 59만2964명으로,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정치와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브라질 펀드 성과도 신통치 않다. 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브라질펀드 수익률은 -12%로, 지역별 펀드 중 가장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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