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모두 조금씩 미쳐 있다" 영국 심리학자의 경고

전지현 2021. 9. 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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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
인간의 내재된 광기 '휴머니아'
타인과 갈등·전쟁 일으켜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학생.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불과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30~40세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극도의 가난과 추위, 굶주림,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팔이 부러지면 평생 불구자로 살았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예전보다 물질적 측면에서나 정치·사회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지금이 가장 행복할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불안과 불만, 권태,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으면 안절부절하고, 퇴근 후 공허함을 견딜 수 없어 TV에 빠져든다.

부와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보장도 없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원하는 것을 얻어도 만족은 잠시뿐이며, 이내 다시 불안해져서 훨씬 더 많이 성취하려는 욕망이 솟구치는 이유는 뭘까.

영국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 저서 '마음의 숲을 걷다'는 현대인이 바쁘게 사는 근본 원인으로 '우리 마음의 병'을 지목한다. 저자는 "인간들은 모두 일종의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존재이며 조금씩 미쳐 있다"고 지적한다. 이 광기 때문에 타인과 갈등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내재된 광기를 '휴머니아'라고 명명하고, 이것이 우리를 미치게 만든다고 설파한다. 휴머니아를 극복하고 조화로운 마음을 되찾으려면 자신의 마음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명상을 하게 되면 거칠고 황량한 자신의 마음에 놀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과 근심을 비우면 기적 같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스트레스 원인과 연결고리를 잠시 끊고 뒤로 물러서면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훨씬 작아진다. 만약 다음주 예정된 중요한 회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해 실패 등이 예상될 때 '잠깐, 이건 관심을 기울일 필요없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인지행동 치료는 행복이나 불행의 근원이 우리가 살면서 겪는 사건이나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사고하는 방식이라고 통찰했다.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소설 '햄릿'에 "좋거나 나쁜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야, 다 생각하게 나름이지"라고 썼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저자가 맨체스터 대학에서 4년 동안 행동 심리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감사 리스트'를 작성하게 하자 실제로 행복 지수가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나는 ( )해서 기쁘다' '나는 ( ) 해서 감사하다' 등 괄호 안에 각자 생각한 단어를 넣어 만든 리스트를 집에 붙여 놓고 날마다 5분씩 읽고 의미를 되새기자 인생관과 정서가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조용한 산책이나 스포츠, 남을 위한 봉사도 마음의 상태나 구조를 바꿔 행복을 가져준다고 조언한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고, 너무 많이 일하지 않고, 느긋하고 자유롭게 산다면 삶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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