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의 가면, 대회에서 쓰면 '된다', '안된다' .. 네티즌 갑론을박

권수연 2021. 9.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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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S샴푸 챔피언십에 출전한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 PBA 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대회는 끝났지만 '해커' 는 여전히 이슈몰이 중이다.

경기도 고양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TS샴푸 PBA-LPBA 챔피언십 2021' 이 지난 22일 완전히 막을 내렸다. 은빛으로 빛나는 우승컵을 안은 주인공은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스페인)다. 

그러나 명실상부 이번 PBA 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다름 아닌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한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 다.

'해커' 의 PBA투어 참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참여는 지난 6월에 열린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이었다. 해당 경기에서 해커는 베트남 고수 마민캄에게 12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0-2(9-15, 11-15)로 완파당하며 일찌감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TS샴푸 챔피언십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상철, 전성일을 꺾고 강자 김남수(TS샴푸)를 꺾더니, 급기야 '황제' 쿠드롱(웰컴저축은행, 벨기에)을 꺾고 김종원(TS샴푸)까지 잡으며 4강까지 진출한 것이다. 

사진= TS샴푸 챔피언십에 출전한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 해커 유튜브 커뮤니티 (본인)

유튜브 '당구해커'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아마추어 당구 선수인 '해커' 는 항상 가면과 모자를 착용한 상태에서 큐대를 잡는다. 그의 얼굴과 실명은 은연중에 알려져있지만, 대중들은 가면을 쓴 쪽에 더 관심을 집중한다.

대회를 주최한 PBA측에서도 이런 '해커' 의 파급력을 알고 그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허용했다. '해커' 라는 캐릭터 자체를 존중한 것이다. 

다만, 공식대회에 참여하는 선수 중 아무도 가면과 모자를 쓰고 참여한 사례가 없다보니 이는 온라인 상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해커'가 쓰고 있는 가면은 인터넷 해킹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 회원들이 사용하는 마스크다. 본래 영국 제임스 1세에게 저항하던 가톨릭 교도들이 사용하던 가면으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에 나오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런 그의 특이한 캐릭터와 출중한 실력에 열광하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프로 승부의 세계는 매섭다. 심리전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접전에서, 프로선수들은 미스테리한 얼굴의 '해커' 를 상대로 맞아 가면에 영향받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해야 했다. 

사진= TS샴푸 챔피언십에 출전한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 PBA 제공

실제로 4강전에서 그와 만났던 우승자 마르티네스는 '해커' 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가면보다는 (해커의) 눈을 보며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고 말했다. 

또한 '3쿠션 사대천왕' 프레드릭 쿠드롱은 이번 챔피언십에서 '해커' 에게 무려 세트스코어 0-3(9-15, 11-15, 6-15)으로 완전히 잡혔다. 이변 중의 대 이변이었다. 쿠드롱의 패배가 꼭 가면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3쿠션 최강자 쿠드롱이 얼굴을 가린 아마추어 선수에게 한 세트도 얻지 못하고 졌다는 사실은 큰 후폭풍을 불러왔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공식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가면과 모자를 착용하는게 정당한 일인가' 라는 주제로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당구팬들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해커' 를 지지하는 쪽은 "주최측에서 허락했는데 문제될 것 없다", "거추장스러운 가면은 오히려 핸디캡이다" 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반대하는 쪽은 "멘탈스포츠인 당구에서 가면을 쓰고 경기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PBA 프로선수들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격하게 항의했다"라고 반박을 내놓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 TS샴푸 챔피언십에 출전한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 PBA 제공

그의 캐릭터는 분명 독특하다. 모든 선수들이 서로의 민낯을 읽으며 전략을 짜기도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눈만 빼꼼 내놓은 그의 모습은 기존 틀에 저항하는 '해커' 의 모습 그 자체다.

긍정적인 측은 대체로 '색달라서 좋다', '관행을 깨야한다' 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홀로 튀는 복장과 가면으로 인해 프로선수들이 묻히고 개인 홍보성 성격이 짙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앞서 '해커' 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방송을 하면서 쓰게 된 가면 덕에 인기를 얻은 것 같다. 관심을 얻으니 PBA측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며, "블루원 챔피언십때 욕을 너무 먹어서 TS샴푸 챔피언십은 출전을 거부했지만 3번이나 연락이 와서 결국 출전했다" 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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