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밑장빼기 논란..北 "美, '조선적대'..종전선언 시기상조"
북한 외무성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을 두고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지만 북측은 이른바 '대북적대 정책'부터 철회하라며 맞섰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최근 각각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ICBM(대륙간 타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군비경쟁에 부담을 느낀 북측이 남측과 미측에 군사활동 축소를 '종전선언 합의 조건'으로 요구한 격이다. 그러면서도 북측은 '한반도 군비 경쟁·대북 제재' 원인으로 꼽히는 핵 개발에서 먼저 손을 뗄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리 부상은 "올해 2월과 8월에 미 본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진행된 미니트맨-3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5월에 전격 발표된 미국 남조선 미사일지침 종료 선언도, 일본과 남조선에 대한 수십억 달러분의 무장장비판매승인도 모두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것은 세상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 전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잠수함건조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한데 대해서도 우리는 각성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을 두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종전선언이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미국 남조선 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한미동맹을 문제 삼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비판했다. "조선반도와 주변의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 전개돼있거나 기동하고 있는 미군 무력과 방대한 최신 전쟁 자산들 그리고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명목의 전쟁연습들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날이 갈수록 더욱 악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북측은 한반도 군비경쟁의 책임 소재를 외부로 돌리는 발언을 이어왔다. 북한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5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튿날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을 군비경쟁으로 치환하는 논리를 종전선언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한국이 개발 및 도입하는 무기와 같은 수준에서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대입하여 군비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정당화하는 시도다. 최근 북한의 담화는 모두 같은 논리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군비경쟁이 갈수록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미가 종전선언 카드를 실질적인 군비축소로 이어지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대화에 호응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내의 틀 속에서 종전선언을 이벤트적으로 다루거나 협상칩의 하나로서 자신들을 대화로 불러내는데 사용하는것에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라며 "보다 근본적인 군사적 적대관계를 포함한 대북적대정책 폐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한 종전선언 논의 참여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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