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공포·무관심 이겨내고..날마다 150번 떨어진다, 물속으로
도쿄올림픽 '아름다운 4위' 뒤에도 파리올림픽 위해 맹훈련
"다이빙은 옆에서 보면 멋져..못 생기게 나와도 신경 안써"
지난 8월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만난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23)은 생각보다 더 앳돼 보였다. 두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그의 나이는 이제 20대 초반. 첫 올림픽인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18살에 불과했다. 3m 스프링보드 준결승에 진출한 그는 소년 같은 얼굴로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짝이는 눈에선 메달을 향한 열망이 느껴졌다. 다음날 결승에서 그는 481.85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유난히 4위가 많았던 도쿄올림픽. 사람들은 그를 “아름다운 4위”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하람은 만족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다이빙을 시작한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오랜 꿈이다. 그는 “언제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메달을 꿈꾼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망은 그의 몸 곳곳에 있다. 먼저 그의 어깨에 새긴 문신이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오른쪽 어깨 뒤편에 오륜기 문신을 새겼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파도 문양을 추가했다. 박유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라며 “우하람은 올림픽과 운동에 ‘올인’을 했다. 외박이나 휴가를 줘도 홈 트레이닝에 전념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고 돌아봤다.
잘 다져진 그의 몸도 올림픽을 향한 열망의 증거다. 다이빙은 그저 물속에 입수하는 운동이 아니다. 공중에 떠오른 찰나의 순간에 “전신을 사용해 역동적인 동작을 펼쳐야 하는” 어려운 운동 중 하나다. 중력과 원초적 공포를 이겨내고 그 순간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한다. 물에 떨어지는 순간 느끼는 충격파도 만만찮다. 이 고된 과정을 “많을 때는 하루에 150번 넘게” 반복해야 한다. 철저한 식단관리와 피나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필수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여전하다. “생소하고 특이한 점이 좋아서” 시작한 다이빙이지만, 선수로서는 부족한 기반 시설과 지원이 아쉽기만 하다. 그는 “확실히 관심과 지원이 많을수록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다이빙은 “신체적 조건보다도 기술력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부족이 더욱 아쉽다. 지원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한국이 다이빙 세계 정상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숱한 어려움과 고통스러운 훈련. 그런데도 우하람은 “다이빙을 그만둘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첫째는 “다이빙이 재밌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다이빙으로 꿈을 꾸고,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그걸 이루기 전까지는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우하람이 생각하는 다이빙의 매력은 뭘까? 그는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실제로 성공할 때의 기분”을 꼽았다. 특히 기술을 성공한 뒤 시원한 물속에 떨어질 때 “제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제대로 된 시설과 시스템만 갖춰지면,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쿄올림픽을 끝마친 그는 경북 김천에서 다시금 맹훈련에 돌입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2024 파리올림픽이다. 목표는 “일단은 메달을 따는 것.” 벌써 세번째 올림픽 준비지만, 그가 계획한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35살까지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 적어도 2∼3번은 더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도전한 뒤, “다이빙에 정말 빠져 있었고, 항상 노력하고 꿈을 좇던 선수”로 기억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인터뷰 말미에 한 가지를 물었다. 다이빙 기사에 항상 ‘사진 좀 예쁜 걸 써달라’는 댓글이 달리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다이빙에선 공기 저항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머리가 하늘로 솟은 사진이 많다. 우하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다이빙이 실은 정말 멋있다. 옆에서 보면 특히 멋있는 장면이 많다”고 했다. 다이빙의 그 ‘멋짐’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오늘도 그는 물속으로 온몸을 던지고 있다. 중력도, 공포도, 무관심도 이겨내고.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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