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저소득 청년, 이자 못내는 기업.. '위험한 대출' 늘어난다
한국의 가계 부채가 1800조를 돌파하며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자영업자와 저소득 청년 등이 받아간 ‘위험한 대출’의 증가 속도가 특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빚 없이는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환경이 겹친 결과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명목 기준)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5%로 주요국(평균 63%) 중 5번째로 높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가격의 높은 상승이 이어지며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대내외 충격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급변할 경우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5조8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연간 약 30만원(2020년 기준 271만원→301만원) 늘어난다.
◇① 자영업자 대출 2분기에 850조원 돌파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대출은 2분기에도 많이 늘었다. 85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 금액으론 26조6000억원이 불어났다. 업종별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 피해가 컸던 도·소매업(14%), 여가서비스업(20%) 등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소득별로는 1~3분위 중·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증가율(16%대)이 다른 소득분위 증가율(12%대)을 웃돌았다.
자영업자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에서 특히 많이 늘었다. 2금융권 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 증가했고, 저축은행·신용카드사·대부업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 증가율이 18%로 특히 높았다. 자영업자 대출 중엔 빚 갚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대출자를 뜻하는 ‘취약차주’ 비중이 11%(대출자 수 기준)에 달한다. 한은은 3건 이상 금융회사에서 빚을 냈으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혹은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갈 경우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2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② 13% 늘어난 2030 대출 “영끌로 집 구하느라고”
최근 20·30대 청년들의 대출이 유난히 많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코로나 이후 가계 부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청년층 증가율은 13%(2분기, 전년 동기 대비)로 다른 연령층(8%)보다 훨씬 높았다. 청년층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약 24%에서 지난 2분기엔 27%까지 올라갔다. 가계부채 증가분 중 청년층이 기여하는 비중은 2018~2019년 30%에서 42%로 확대됐다.
‘내 집 마련’을 아직 하지 못한 청년층의 대출은 전세자금대출 비중이 높다. 청년층 대출 중 약 25%가 전세대출로 다른 연령층(8%)보다 훨씬 비중이 컸다. 한국은행은 “전세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고 청년층 주거 지원을 위한 버팀목전세자금 등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20·30대 증가율이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최근 특히 많이 불어난 전세 대출을 조이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관련 규제가 강화할 경우 청년층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20·30대는 사회 초년병이 많아 소득이 낮은 편이어서 저소득 차주(대출자) 비중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대출자 4명 중 1명(24%)은 저소득 차주였고, 취약차주 비중(6.8%)도 다른 연령층(6.1%)보다 높았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청년층은 다른 계층보다 소득 수준이 낮고, 충격을 흡수할 금융 자산 축적도가 낮다. 미래에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청년층이 일시적으로 위험에 처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③ 2020년 한계 기업 비율 사상 최고
코로나 경제 충격으로 인해, 돈 벌어 이자도 갚기 어려운 ‘한계 기업’ 또한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전체 외부 회계감사 대상 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은 15%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었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이들 기업이 빌린 돈은 12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한계 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이 16%로 대기업(12%)보다 높았고 업종별로는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숙박·음식 기업 중 한계 기업 비중(43%)이 컸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 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기업을 뜻한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엔 한계기업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큰 ‘잠재적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계기업으로 새로 진입한 기업이 1175개로 전년(1077개)보다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 처음으로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선 이른바 ‘취약 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의 15%로 과거 5년 평균(12%)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앞으로 충격이 발생할 경우 한계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후보 기업이 과거보다 증가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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