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저소득 청년, 이자 못내는 기업.. '위험한 대출' 늘어난다

김신영 기자 2021. 9.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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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한국의 가계 대출이 빠르게 불어나 금융당국이 통제에 나선 가운데 자영업자와 저소득 청년 등을 중심으로 한 '위험한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게시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한국의 가계 부채가 1800조를 돌파하며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자영업자와 저소득 청년 등이 받아간 ‘위험한 대출’의 증가 속도가 특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빚 없이는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환경이 겹친 결과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명목 기준)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5%로 주요국(평균 63%) 중 5번째로 높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가격의 높은 상승이 이어지며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대내외 충격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급변할 경우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5조8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연간 약 30만원(2020년 기준 271만원→301만원) 늘어난다.

◇① 자영업자 대출 2분기에 850조원 돌파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대출은 2분기에도 많이 늘었다. 85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 금액으론 26조6000억원이 불어났다. 업종별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 피해가 컸던 도·소매업(14%), 여가서비스업(20%) 등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소득별로는 1~3분위 중·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증가율(16%대)이 다른 소득분위 증가율(12%대)을 웃돌았다.

자영업자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에서 특히 많이 늘었다. 2금융권 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 증가했고, 저축은행·신용카드사·대부업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 증가율이 18%로 특히 높았다. 자영업자 대출 중엔 빚 갚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대출자를 뜻하는 ‘취약차주’ 비중이 11%(대출자 수 기준)에 달한다. 한은은 3건 이상 금융회사에서 빚을 냈으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혹은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갈 경우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2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② 13% 늘어난 2030 대출 “영끌로 집 구하느라고”

최근 20·30대 청년들의 대출이 유난히 많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코로나 이후 가계 부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청년층 증가율은 13%(2분기, 전년 동기 대비)로 다른 연령층(8%)보다 훨씬 높았다. 청년층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약 24%에서 지난 2분기엔 27%까지 올라갔다. 가계부채 증가분 중 청년층이 기여하는 비중은 2018~2019년 30%에서 42%로 확대됐다.

‘내 집 마련’을 아직 하지 못한 청년층의 대출은 전세자금대출 비중이 높다. 청년층 대출 중 약 25%가 전세대출로 다른 연령층(8%)보다 훨씬 비중이 컸다. 한국은행은 “전세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고 청년층 주거 지원을 위한 버팀목전세자금 등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20·30대 증가율이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최근 특히 많이 불어난 전세 대출을 조이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관련 규제가 강화할 경우 청년층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20·30대는 사회 초년병이 많아 소득이 낮은 편이어서 저소득 차주(대출자) 비중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대출자 4명 중 1명(24%)은 저소득 차주였고, 취약차주 비중(6.8%)도 다른 연령층(6.1%)보다 높았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청년층은 다른 계층보다 소득 수준이 낮고, 충격을 흡수할 금융 자산 축적도가 낮다. 미래에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청년층이 일시적으로 위험에 처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③ 2020년 한계 기업 비율 사상 최고

코로나 경제 충격으로 인해, 돈 벌어 이자도 갚기 어려운 ‘한계 기업’ 또한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전체 외부 회계감사 대상 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은 15%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었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이들 기업이 빌린 돈은 12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한계 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이 16%로 대기업(12%)보다 높았고 업종별로는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숙박·음식 기업 중 한계 기업 비중(43%)이 컸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 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기업을 뜻한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엔 한계기업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큰 ‘잠재적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계기업으로 새로 진입한 기업이 1175개로 전년(1077개)보다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 처음으로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선 이른바 ‘취약 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의 15%로 과거 5년 평균(12%)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앞으로 충격이 발생할 경우 한계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후보 기업이 과거보다 증가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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