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北, 종전선언 전혀 관심없어..美도 납득 못해"
노무현 정부에서 종전선언 실무를 책임졌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4일 “(2007년 당시) 북한은 (종전선언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미국은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국들도 소극적이지 않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천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7년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구상에 합의한 후 당시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중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외교부를 압박했다”며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고 있던 나는 북경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종전선언 추진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평양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간에 합의된 사항이니 북한은 당연히 열의를 갖고 매달릴 줄 알았는데 전혀 관심이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남측에서 종전선언을 고집해서 정상선언에 들어가긴 했지만 서두를 만큼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종전선언을 왜 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협의자체를 피했다”고 회고했다.
천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유엔총회에서 또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 리태성 부상이 ‘웃기지 마라’는 식의 담화를 내놓았다”며 “북한의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은 14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이날 리태성은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주장한 종전선언에 대해 “허상,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과 전술핵무기 개발에 미친듯이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완전한 평화의 시작이라는 황당하고 초현실적인 주장을 유엔총회에 까지 가서 펼쳤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오히려 북한이 종전선언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평화체제 수립과정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갈 사안이긴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론으로 문통의 종전선언 만능론에 일침을 가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집착이 병적 잠꼬대정도로 치부되고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반박거리가 되는 현실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내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국내 언론에서 보도된 반응, 특히 야당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참 이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사실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가 됐던 것”이라며 “그때부터 이미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도 중국도 동의가 있어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에 대해서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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