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수퍼빈, 사회복지학도 이람 TBT 대표의 픽

이람 TBT 대표 2021. 9. 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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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코너는 현업 벤처캐피탈 대표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 이유를 들려줍니다.

나는 사회복지학도다. 서비스기획자로 20년의 커리어를 보냈고 지금은 벤처캐피털리스트로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사회복지학 전공자의 아이덴터티는 커리어 전체에 작게나마 작동했다. 네이버 입사 초기에 해피빈 기획을 돕기도 했고 네이버 재직하는 15년 내내 인센티브의 10%는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는 원칙을 지키기도 했다. TBT라는 벤처캐피털은 재무적 관점에서 LP의 돈을 위탁받아 운영해 수익율을 극대화하는 분명한 책임을 가졌다. 철저히 재무적 가치로 판단해서 투자를 결정한 회사가 사회적 가치까지 있는 경우가 있다. 수퍼빈이 그런 회사다.

◇수퍼빈의 제품, AI로 PET와 CAN을 인식하는 <순환자원회수로봇>

유럽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PET나 CAN을 기계에 집어넣는 모습이다. Tomra 라는 노르웨이 상장사의 제품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수조원인데, 지난 5년간 EU의 환경 정책과 함께 급성장했다. 2019년 유럽 의회는 오는 2029년까지 모든 EU 회원국의 90% 이상 플라스틱 병 수거 목표를 규정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병에는 최소 25%, 오는 2030년까지는 최소 30% 이상의 재활용 플라스틱(rPET)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2003년 일찌감치 보증금 반환 제도(DRS: Deposit Return Scheme)을 시행한 독일만이 96% 플라스틱 병 회수율을 달성했을 뿐 다른 EU 회원국들은 목표 수치에 크게 미달한 상황이라 Tomra가 놓인 관련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크다.

Torma의 자원 활용 모습 /TBT 제공

◇ AI로 PET와 CAN을 인식하는 <순환자원회수로봇>

수퍼빈은 Tomra for Asia라고 볼 수도 있고, AI로 Upgrade된 Tomra 라고 볼 수도 있다. Tomra가 자사의 제품을 역자판기(Reverse Vending Machine)이라고 부르는 반면 수퍼빈은 자사의 제품을 순환자원회수로봇이라고 부른다. 바코드를 인식하는 Tomra의 역자판기를 업그레이드해서 수퍼빈은 Vision AI로 캔과 페트병을 인식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미지 기반으로 캔과 페트병의 외형을 학습하고 축적된 학습 데이터에 따라 캔과 페트병의 종류를 판단하는데, 마치 사람이 눈으로 자원을 보고 기존 지식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기 때문에 형태나 바코드 등이 훼손되어도 정확한 감별이 가능하다. 수퍼빈에 점점 많은 캔과 페트병이 투입될 수록 끊임없는 학습(Deep Learning)이 이뤄지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수퍼빈의 쓰레기 수집 로봇 네프론이 쓰레기의 종류와 성분을 분석한 모습 /수퍼빈 제공

수퍼빈은 현재 전국적으로 200여대 설치되어 있으며 지자체 우수사례로 채택되어 B2G 및 B2B로 빠르게 계약이 체결되어 곧 500여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참여중이다. 한국과 일본에 도입되어 아시아로 확산되는 유럽식 환경 정책과 ESG 투자 활황과도 맞물려 있다. 유럽 의회의 2029년 플라스틱병 회수율 90% 달성 같은 구체적 목표가 담긴 정책이 발표될 경우 가장 잘 준비되어 있는 스타트업이다.

수퍼빈의 네프론 /수퍼빈 제공
김정빈 수퍼빈 대표 /수퍼빈 제공

창업자 김정빈 대표는 유쾌하고 독특하다. 보라색으로 컬러링된 헤어를 갖고 있다. 하버드에서 정치학 석사를, 코넬에서 경제학 박사를 했다. 그리고 코스틸이라는 철강회사의 CEO를 역임했다. 사업에는 날카롭고 공격적인데 유머는 여유롭고 잘 웃으신다.

김정빈 대표를 처음 만난 건 티비티의 김동오 심사역을 통해서다. PR대행사 <선을만나다>의 태윤정 대표와 김정빈 대표를 함께 만나고 와서, 관심 가는 스타트업을 만났다고 열띠게 말하던 김동오 심사역의 모습이 생생하다. 하지만 잘 모르는 분야라 김동오 심사역을 중심으로 한달 넘게 마켓 스터디를 했다. 네이버 CTO 출신의 김정민 심사역이 기술 검토를 꼼꼼히 했다. 그리고 창업자와 팀을 만났다. 김정빈 대표를 만나자 확신이 들었다. 어떤 앵글의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걸 완벽히 대답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가설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같은 라운드 공동투자자를 여쭈어보니 휴맥스 였다. 프로퍼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 투자하는 휴맥스와 함께 투자하게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TBT 투자의사결정 프레임웍에 비춰본 수퍼빈

수퍼빈의 케이스를 TBT 투자의사결정 프레임웍에 다시 비추어보았다. 창업자와 창업팀을 정중앙에 놓고, 마켓이 충분히 크고 성장중인지, 제품의 본질과 차별우위가 무엇인지, 마켓과 제품이 만나서 나오는 성과 지표는 어떤지, 그리고 투자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구조이다.

생각해보면 수퍼빈의 경우에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라는 특정한 순간이 없다. 지인으로부터 창업자를 소개받는 이벤트가 있었고, 마켓을 스터디하고 기술을 검증하고 제품과 성과를 확인해보는 차근한 과정이 있었다. 창업자가 LP 포함 펀드의 유관자 모두 앞에서 피칭을 하고 치열한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하자 결론이 분명했다. 현재 티비티는 수퍼빈의 유일한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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