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앞세운 '오징어게임'이 약자 그리는 방식이란 찝찝[TV와치]

서지현 2021. 9. 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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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규칙보다 '평등'을 중시하던 '오징어게임'이 약자를 표현하는 방식에선 누구보다 차별의 시선을 담고 있다.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약자가 없고, 평등해야 한다는 '오징어게임'의 절대적인 룰은 아이러니하게도 참가자들이 아닌 연출 방식에 의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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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지현 기자]

어떤 규칙보다 '평등'을 중시하던 '오징어게임'이 약자를 표현하는 방식에선 누구보다 차별의 시선을 담고 있다.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가자들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을 무력화시킨다. 또한 주최 측은 무엇보다 '평등'을 강조하며 룰을 무너뜨린 이들을 가차 없이 공개 처형한다.

다만 약자가 없고, 평등해야 한다는 '오징어게임'의 절대적인 룰은 아이러니하게도 참가자들이 아닌 연출 방식에 의해 흐려진다. 극 중 미녀(김주령 분)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남성 참가자들을 향해 '연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되는 것은 여성의 성(性)이다. 심지어 미녀는 덕수(허성태 분)와 거래를 끝내지만 약자라는 이유로 버림받고, 또 다시 성을 앞세워 세력을 찾아다닌다.

또 다른 여성 캐릭터 새벽(정호연 분)은 강인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를 바라보는 타 참가자들에겐 그저 '탈북민 여성'일 뿐이다. 덕수는 자신의 밑에서 "독립했다"는 새벽에게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를 빗대 조롱한다. 미녀와 새벽을 제외하고 VIP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캐릭터도 아닌 소품으로 전락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슈트를 차려입은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디슈트를 입고 등장해 무릎을 꿇고 VIP들의 신체 받침대를 자처한다.

여성에 더해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는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는 어리숙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과거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눌한 말투로 연신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는 외국인 노동자 캐릭터를 앞세운 콩트는 당시 큰 유행을 일으켰으나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적 시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알리는 당시 해당 개그 프로그램 속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연민을 유발하는 시대착오적 캐릭터다. 한국인 사장에게 임금 체불을 당하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불법 체류자로 불리며, 결국 브레인 캐릭터 상우(박해수 분)에게 속아 탈락한다. 어리숙하고, 불쌍하고, 두뇌보단 힘만 가진 캐릭터로 그려지는 셈이다.

이처럼 '오징어게임'은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전체 1위에 등극하는 신기록을 썼지만, 동시에 약자에 대한 혐오적 시선과 부정적인 프레임을 더욱 견고히 했다는 점에선 한없이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오징어게임'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인 만큼,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과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중에 있어 명작을 선정하는 기준은 온전히 본인의 취향이겠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면 어떤 훌륭한 스코어를 달성하더라도 마냥 '마스터피스'로 꼽기엔 찝찝함이 남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서지현 sjay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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