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해커 돌풍?' 진짜는 베트남 신성의 대약진
지난 22일 막을 내린 올 시즌 두 번째 프로당구(PBA) 투어 'TS샴푸 PBA 챔피언십'. 숱한 화제와 이변 속에 '스페인 강호' 다비드 마르티네스(30∙크라운해태)의 통산 두 번째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논란의 당구 유튜버 해커의 돌풍이 거셌다. 아마추어 초청 선수(스폰서 와일드 카드)로 출전한 해커는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과 김종원, 김남수(이상 TS샴푸) 등 프로들을 잇따라 격파,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해커는 4강에서 마르티네스에 완패를 안았지만 PBA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해커 돌풍에 가려진 선수가 있다. 바로 베트남 신성 응우옌 후인 프엉 린(28∙NH농협카드)이다. 응우옌은 이번 대회 해커 못지 않은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선수 최초의 PBA 결승 진출이다.
당초 응우옌은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까지 PBA 투어 최고 성적이 17위였던 까닭이다. 데뷔전인 2020-2021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65위에 오른 응우옌은 이후 잇따라 17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다시 65위에 그쳤다. 올 시즌부터 참여한 팀 리그에서도 NH농협카드는 전반기 준우승했지만 응우옌은 7승 12패로 부진했다.
그런 응우옌이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며 대약진한 것이다. 특히 64강에서 네덜란드의 글렌 호프만(휴온스), 32강전에서 벨기에의 에디 레펜스(SK렌터카) 등 팀 리그에서 활약하는 유럽 강호들을 눌렀다. 모두 세트 스코어 2 대 2까지 가는 접전을 이겨냈다.
응우옌은 결승에서 아쉽게 마르티네스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역시 접전이었다. 응우옌은 1, 3세트를 뺏겼지만 2, 4세트를 따내며 호각지세를 이뤘다. 5, 6세트에서도 응우옌은 13점에 먼저 도달하며 세트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뒷심에서 밀렸다. 6세트까지 평균 6.5이닝밖에 걸리지 않은 수준높은 경기였다.
지금까지 PBA에서 베트남 간판은 마민캄(신한금융투자)이었다. 팀 리그 첫 시즌부터 신한금융투자의 외국인 에이스로 뛰었고, PBA 투어에서도 베트남 선수 최고 성적(4강)을 기록했다. 하지만 응우옌이 선배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베트남은 3쿠션 신흥 강국으로 꼽힌다. '2016 구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에서 트란 퀴엣 치탄이 베트남 선수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등 세계 정상을 두드리고 있다. PBA 관계자는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톱 랭커들을 관리할 만큼 당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당구 인기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응우옌도 "베트남에서 4~5만 명 정도 PBA를 보고 있다"면서 "베트남 선수가 큰 대회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 하고 높은 기대치를 가진다"고 전했다. 조만간 해외 투어를 추진하고 있는 PBA가 베트남 개최를 첫 손에 꼽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응우옌이 PBA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민캄을 제치고 베트남의 선두 주자로 나설 가능성도 적잖다. 다만 경험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 결승에서도 세트를 얻기까지 2점만 남긴 상황에서 거푸 역전을 허용했는데 기존 챔피언 출신 마르티네스의 경험에 밀린 셈.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응우옌은 팀 리그를 통해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경기 후 응우옌은 "같은 소속 NH농협카드 주장 조재호를 비롯해 팀원들에게 많이 배웠다"면서 "주변에서 많이 알려줘 많은 기술을 배우고 알게 됐다"고 이번 대회 선전 배경을 설명했다. 해커의 돌풍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응우옌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다.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박용국 단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언더독의 반란이었다"고 응우옌의 준우승을 칭찬했다. 이어 "이전까지 외국 선수 중 커리어나 기량 면에서 다소 부족했지만 대회 참가를 거듭하면서 기량이 발전이 되고 특히 이번 팀 리그 준우승 이후 급성장했다"면서 "스트로크가 섬세하고 부드러워졌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3쿠션 신흥 강국 베트남에서도 신성으로 꼽히는 응우옌. 과연 PBA에서 베트남 선수 최초의 챔피언에 올라 당구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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