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절대 반도체를 포기하지 않는다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2021. 9.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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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정부는 2015년부터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국가 역량을 동원해 집중 지원했지만,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밀리면서 반도체는 퇴락의 문턱에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국 최고 대학인 칭화대학(淸華大學 )이 운영하는 칭화홀딩스(Tsinghua holdings) 산하의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集團)의 청산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몰락을 이야기 합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정말 몰락할 것인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효과

중국정부는 반도체의 외부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자립을 외쳤지만, 단기적으로는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중국 압박이 효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정부는 정책이나 자금의 지원 등 물리적인 환경조성에만 신경 쓰고, 미국 등 서방 기업과의 협업이나 고급기술자의 영입 및 경험의 공유 등 소프트한 영역의 교류는 소홀히 했습니다. 특히, 고급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협조 없는 반도체 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기업 칭화유니의 파산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반도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 줄을 미국이 막아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투자와 경영 실패 그리고 그에따른 지분구조 조정 과정에서 초래된 것입니다.

미국의 견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중국의 반도체 자립의 의지는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정부의 강한 압력은 중국 기업들에게 재앙이지만, 기술과 장비 그리고 원료를 공급하는 미국이나 서방기업들 에게도 치명적인 내상을 주는 구조입니다. 중국에 대한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먼저 피해를 입는 쪽은 미국기업들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자국 기업이 먼저 피해를 받기 때문에 통제와 압박은 제한적 일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제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2분기 한국을 제치고 82억달러가 넘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사들였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48%가 늘어난 것으로 전체 반도체 제조장비 거래액의 33%를 차지했습니다. 이같이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중국이 반도체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힘을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반도체의 설계, 고성능 반도체 칩의 위탁생산을 막고, 고성능 파운드리의 핵심 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노광기‘ 구매도 봉쇄했습니다.중국은 네덜란드 노광장비의 도입이 어려워지자 상하이 SMEE를 통해 반도체 장비의 자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들이 생산한 제품은 선진 제품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 생산량 역시 아직은 미미합니다. 고성능 반도체의 생산은 아직 꿈도 못꾸는 수준입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포기할까

하지만 중국정부의 입장에서 반도체산업 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반도체의 자립이 없으면 4차산업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정권유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2013년부터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원유의 수입액을 초과하여 단일품목 수입규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중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중국반도체의 자급률은 16%로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방해 속에서도, 2025년까지 234조의 예산을 마련하여 반도체의 자력갱생 대오를 갖추려고 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감추고 칼을 가는 반도체의 ‘도광양회(韜光養悔)’가 시작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4월22일 칭화대에 집적회로대학(芯片学院) 을 세웠습니다. 칭화대학(清华大学) 치우용(邱勇) 총장은 대학 설립 연설에서 “반도체는 국가의 대사이며 전자산업의 심장으로, 위대한 강대국 달성을 위한 핵심사명으로 자주 혁신의 걸출한 공헌이 될 것이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습니다.

중국의 강점은 반도체 소비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동통신(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데이터 센터,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소, 드론 등 첨단산업 분야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필요로 합니다. 당분간 중국 반도체 산업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규모의 시장을 가진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은 올해에만 반도체 기업 5개가 이미 증시에 상장되었고, 9개 기업이 상장 심의를 통과했으며, 48개기업이 심사 대기 중입니다. 반도체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풍부한 자금지원 그리고 우수한 인재의 육성은 이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여 줍니다.   

우리 최대 수출품이 반도체라는 점을 보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우리의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경쟁상대가 생겨나는 일입니다. 반도체관련 소부장(素部裝) 전문인력의 유출 방지와 고급 인재 확보는 사활이 걸린 싸움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장을 지낸 권오현 선생은 저서 『초격차』에서 “아마추어는 막고 프로는 공격한다” 그리고 “미래에 판단의 기준을 두고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여야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세액 공제, 인재 양성 등 일관성 있는 지원이 시급합니다.

우리의 옆집에 중국이라는 엄청난 시장과 경쟁상대가 있다는 것은 나쁘게만 볼일이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은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기술의 선점은 필수불가결한 도전입니다. 중국 반도체의 굴기! 중국은 포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굴기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전략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주)동원개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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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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