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부터 옷을 만들어 입었을까?

곽노필 입력 2021. 9. 24. 10:06 수정 2021. 9.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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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인간이 생존해 가는 데 필수적인 3가지 기본 요소다.

특히 옷은 주거와 함께 현생 인류가 빙하기를 견뎌내고, 아프리카와 기후가 다른 곳에 정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옷을 만드는 데 쓰인 바늘의 가장 오래된 유적은 4만년 전 것이다.

옷의 기원을 추적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옷의 주름 사이에 서식하는 옷니의 유전 혈통을 연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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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년 전 모피 만들던 동물 뼈 도구 발견
동물 가죽을 벗기는 데 쓴 12만년 전의 스크래퍼. 동물의 갈비뼈로 만들었다. 가운데 사진은 측면에서 본 것. Jacopo Niccolò Cerasoni(2021)

의식주는 인간이 생존해 가는 데 필수적인 3가지 기본 요소다.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 인류에게 옷 없이 산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다. 특히 옷은 주거와 함께 현생 인류가 빙하기를 견뎌내고, 아프리카와 기후가 다른 곳에 정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한테서만 볼 수 있는 옷과의 불가분 관계는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가죽이나 직물로 만들어진 옷은 세월이 흐르면서 분해돼 버려 화석으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인류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는지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옷을 만드는 데 쓰인 바늘의 가장 오래된 유적은 4만년 전 것이다. 하지만 바늘은 자기 몸에 맞는 의류를 만들 때 쓰이는 것이어서 초기 원시적인 옷의 제작 도구로 보기는 어렵다.

모로코 콩트르방디에동굴의 위치. 애리조나주립대

이의 유전 혈통으로 추적한 연대는 17만년 전

옷의 기원을 추적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옷의 주름 사이에 서식하는 옷니의 유전 혈통을 연구하는 것이다. 직물에 서식하는 이는 인간의 두피에 서식하는 이(머릿니)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복으로 사용하는 옷니와 머릿니 사이의 유전적 간격을 알면 옷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2011년 국제학술지 ‘분자생물학과 진화’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이 방법을 이용해 인류가 최소 8만3천년, 최대 17만년 전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로코 동굴에서 발견된 60여개의 뼈 도구

옷의 기원을 추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의류용 모피로 쓸 동물 가죽을 벗기는 도구로 사용한 동물 뼈를 추적하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이 주축인 국제연구진이 이번에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콩트르방디에 동굴(Contrebandiers Cave)에서 약 12만년 전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드는 데 쓴 것으로 추정되는 뼈 도구를 발견해 최근 학제간 연구 공개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고고학자들은 애초 이곳에서 발견된 1만2천개의 뼈 조각을 통해 동굴에 살았던 사람들의 식생활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60여개의 동물 뼈 조각은 도구로 쓰인 형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는 가죽을 가공할 때 사용했던 다른 유적지의 도구와 모양이 비슷했다.

공동저자인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의 에밀리 할렛 박사는 “이 동물 뼈에서 모피를 위해 가죽을 벗기는 데 사용했음을 시사하는 절단 자국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갈비뼈 양끝을 잘라낸 뒤 손에 쥐기 좋은 크기로 다시 자른 다음, 끝을 다듬어 도구를 완성한다. 아이사이언스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는 시점과 일치

연대 측정 결과 이 도구가 사용됐던 시기는 9만년 전~12만년 전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7만5천년 전의 도구보다 최대 4만5천년이나 앞선 것이다.

물론 이 뼈 조각이 의복 제조에 쓰인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 간접 증거일 뿐이다. 그러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시드니대 이안 길리간(고고학) 교수는 ‘스미소니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약 1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하는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빙하기 주기 맥락에서 볼 때 현생 인류가 마지막 빙하기의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류를 만들어 입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콩트르방디에동굴에서의 발굴 작업. Emily Yuko Hallett(2009)

아프리카 탈출하기 전 옷 제작해 사용한 듯

이 동굴에서는 가죽을 벗긴 자국이 있는 여우와 자칼, 살쾡이 세 종의 육식동물 뼈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육식 동물 뼈에 있는 절단 흔적은 모피를 위해 절개한 부위에 한정됐으며 고기와 관련된 골격 부위에는 절단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고기로 쓰기 위한 뼈 절단 흔적은 영양, 들소, 가젤 등 몇몇 소과 동물에서 발견됐다. 할렛 박사는 “흥미롭게도 고고학적 기록과 유전적 증거가 모두 옷의 기원을 고대 아프리카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콩트르방디에 동굴에서 발견된 뼈 도구의 정교함 수준을 고려할 때, 이보다 더 이른 시기에 제작된 뼈 도구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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