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이후 갈라진 법원.."대법원장 통합 리더십 어디에?"

이성웅 2021. 9.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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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상황을 겪은 '사법 농단' 사태는 검찰 수사 이후 4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원에 큰 상처로 남아 있다.

C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이 정치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식의 정치화는 한두 명의 의지로서 극복이 가능할 수 있지만 법원 내부의 정치화는 이미 조직에 자리잡은 상황이라 사라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대가는 법원에 뿌리 깊은 상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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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4년]②봉합 못하는 갈등
사법 농단 시각차·인사 불만 여파 내부 갈등 커져
김명수, 취임사서 '통합' 언급했지만 묘책 안보여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이성웅 한광범 기자]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상황을 겪은 ‘사법 농단’ 사태는 검찰 수사 이후 4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원에 큰 상처로 남아 있다. 법원 내부에선 불신과 반목이 싹텄고 여전히 수습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아줘야 할 김명수 대법원장의 통합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 내 다수 판사들은 사법 농단 이후 ‘법원 내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법원 내 불신과 반목의 근원에는 사법 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법원 내부의 전혀 다른 시각이 있다. 사법 농단에 대한 법원의 자체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법원 내부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A부장판사는 “사법부 꼭대기에서 농단을 부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공소장이나 언론 플레이에 동조하는 동료 판사들에게 적잖이 놀랐다”고 토로했다. 반면 B판사는 “사법 행정이라는 명목으로 사법 농단에 대해서만 매우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는 일부 판사들의 시각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 갈등의 또 다른 배경엔 소위 말하는 일부 ‘엘리트 판사’에 대한 법원 내 반감도 작용했다. 전직 판사인 C변호사는 “과거부터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 등 주요 보직을 소수의 엘리트 판사들이 차지한다는 내부의 시각이 있었다”며 “개개인마다 최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강한 판사들로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D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을 예로 들어 보자. 전직 대통령, 재벌 총수 등을 비롯해 매우 어려운 사건들을 줄줄이 맡아야 한다. 업무 능력을 인정할 만한 사람을 배치하는 건 당연하다”며 “최근 몇몇 사례처럼 재판장이 논란을 일으킨다면 사법부 신뢰에 치명상을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차는 김명수 대법원의 인사 평가에서도 이어진다. 김명수 체제는 대법관·헌법재판관 인사와 고법판사 보임 등에서 과거 양승태 대법원 출신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법원의 주류가 바뀐 것이라지만 과거 대법원 사람으로 분류되는 판사들에 대한 인사 배제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극명한 견해차 속에서 다른 판사들과 쉽사리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검찰이 재판에 대한 다른 법관의 의견 제시를 ‘재판 개입’으로 규정해 기소하며 과거와 같은 모습도 사라졌다. E부장판사는 “과거엔 판단이 애매한 부분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다른 판사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이제 ‘재판 개입’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취임사에서 사법 개혁과 함께 ‘통합’을 언급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4년 간 이 같은 불신과 반목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C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이 정치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식의 정치화는 한두 명의 의지로서 극복이 가능할 수 있지만 법원 내부의 정치화는 이미 조직에 자리잡은 상황이라 사라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대가는 법원에 뿌리 깊은 상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웅 (saint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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