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마지막 선택'..지금은 누가 나와도 보어보다 나쁘지 않다
[스포츠경향]
이를테면 ‘계륵’이었다. 외국인타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몇번은 엔트리에서 제외했을 성적이었다.
LG는 지난 23일 외국인타자 저스틴 보어(33)를 2군으로 내렸다. 류지현 LG 감독은 ‘열흘 뒤 복귀’라는 시한을 못박지 않았다. 보어가 2군 실전에서 눈에 띄는 경기력을 보이고, 그와 관련해 2군 코칭스태프의 보고가 따라야 1군 유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보어 없는 라인업을 꾸려가야 한다.
1루수 보어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일단 문보경과 이상호의 기용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최근 1군 복귀 뒤 타격감 회복세가 뚜렷한 김민성이 3루수로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주전 1루수로는 문보경이 우선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전천후 내야수인 이상호는 왼손투수가 상대 선발로 나오는 경우를 포함해 경기 양상에 따라 백업 1루수로 나서며 역할 분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 라인업의 변화에 따라 좌익수 김현수가 간간이 1루수로 뛸 수도 있다.
LG는 전체적인 타선 침체에 외국인타자의 부진까지 겹치며 벼랑까지 몰렸다. 그러나 시즌 내내 팀에 부담이 된 외국인타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반등의 기회도 엿보고 있다.
사실, 누가 1루수로 나와도 지금의 저스틴 보어보다는 나은 공격력을 보일 여지가 크다.
후반기 가세해 32경기에 출전한 보어는 타율 0.170(100타수 17안타)에 3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OPS는 0.545에 묶여있다. 보어의 OPS는 LG의 팀 OPS(0.727)에도 크게 못미친다. 대체 1루수인 문보경의 OPS(0.777)와도 차이가 클 뿐 아니라 지난 23일 잠실 삼성전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상호의 OPS(0.614)에도 모자란다.
앞서 허리 부상과 타격 부진으로 퇴출된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OPS(0.739)에도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보어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드러난다.
보어는 당초 아시아야구 적응에 적합한 선구안이 장점인 데다 일본프로야구까지 경험해 성공 확률이 높은 카드로 보였다. 그러나 실전 감각 부족으로 눈에 띄게 떨어진 경기력까지, LG는 들여다보지 못했다.
LG가 잔여시즌 타선 보강을 위해 꺼낼 수 있는 특별한 카드는 이제 없다. 보어가 2군 정비를 마치고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내선수로 그 자리를 메워가야 한다. 그래도 기대를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누가 나와도 보어보다는 나을 것이란 점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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