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조급한' 종전선언 제안, "서두르지 않겠다"던 약속까지 팽개치나

임재섭 2021. 9. 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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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들어 남북관계에 있어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러나 저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꼭 해 보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21일 NSC 전체 회의 및 부처 업무보고 때도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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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어려워지자 '그림'으로 시선 옮겼나..신뢰 없는 선언보다 北행동 끌어내야
21일 (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들어 남북관계에 있어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러나 저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꼭 해 보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21일 NSC 전체 회의 및 부처 업무보고 때도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기조는 올해 3분기까지 계속 이어져 지난달 2일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통신 연락선이 잠시 복원됐을 때도 "남북 통신 연락선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를 통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상들이 만나는 '그림'보다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역시 싱가포르 선언이라는 아주 훌륭한 합의를 보고서도 그 이후에 더 나간 것이 매우 아쉽다"면서 바이든 정부에게 트럼프 정부의 하노이 회담까지 반면교사 삼으라고 권했다. 조급해 할 수 있는 임기 말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려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하노이 회담 후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대화 성과라는 개인적인 목표보다 '북한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먼저 신경 쓰겠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서부터는 누구보다 다급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외치고 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형식을 제안해 종전선언을 구체화한 것도 모자라, 6·25 전쟁 과정에서 산화한 순국선열 앞에서도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서는 종전선언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토의하고 당사국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협의 추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최근 북한이 순항·탄도미사일을 날리며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전쟁은 끝이라는 선언을 하는데 속도를 붙인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던 마지막 약속까지 이제는 팽개친 셈이다. 현실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지자 선거를 앞두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이는 '그림'으로 시선이 옮겨간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혹자들은 종전선언이 별것 아니라는 말을 한다. 상징적 선언에 불과하기 때문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우리는 '실효성이 없는 상징적 선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봤다. 청와대는 평양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체결한 뒤 배포한 해설자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을 비롯한 각종 도발을 그대로 이어가며 남북 간의 신뢰를 깼다. 다음 선언이 나온다 한들, 한국의 국민들이 북한의 행동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이렇게 본다면,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은 바로 남북한 국민들 마음속의 종전선언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하지 않고 핵 능력을 강화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남북한이 과연 전쟁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은 각 개인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후에도 북한이 잠잠하다면 "남북한 간의 전쟁은 끝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따라붙을 것이다. 그때에는 '종전선언' 없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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