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은 '기후' 총선..탄소 감축·재생에너지 확대 공감대 확산

최우리 2021. 9.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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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지구촌 기후변화 뉴스][밤사이 지구촌 기후변화 뉴스]
홍수·녹색당 약진 등 기후 공약이 떠오른 배경
23일 목요일 독일 베를린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최종 토론에 참석한 각 정당 후보자들. 왼쪽부터 앨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당 공동대표,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유민주당 대표, 마르쿠스 소에더 기독교사회연합당 대표, 아르민 라셰트 바이에른 총리 등이다. 2명의 사회자와 오른쪽은 아나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공동대표(왼쪽에서 세번째),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 겸 사민당 후보, 재닌 비슬러 좌파당 디 린케 공동대표다. 연합뉴스/AP

오는 26일 열리는 독일 총선은 기후 총선이기도 하다. 6개 주요 정당은 좌우로 구분되는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기후 관련 정책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 중심으로 탄소감축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한국 상황과 닮았다는 평이 나온다.

24일 <한겨레>가 외신과 정당 홈페이지 등을 확인한 결과, 독일 총선에 출마하는 주요 정당 6곳 중 강경 우파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제외한 5곳이 기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이 주요 과제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이들 5곳의 정당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해가는 점에도 찬성했다. 다만 보수정당일수록 목표 시점 설정 등 구체적 계획이 불분명하거나 미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았다. 또 보수정당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현재 집권당인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은 온실가스 배출 관련해 논란이 큰 액화천연가스(LNG) 확대 계획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때문에 일부 정당은 기후위기 대응이 ‘진심’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기후 공약이 독일 총선에서 부각되었고 각 정당의 차이를 보여주는 주요 차이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독일 주요 6개 정당을 보수·진보 진영으로 구분하면, 중도 좌파적 성격인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상대적 보수 진영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 자유민주당(FDP), 기독민주연합(CDU)과 기독사회연합(CSU)가 있다. 상대적 진보 진영에는 녹색당과 좌파당이 있다. 이중 강경 보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제외한 5개 정당이 모두 탄소중립 목표를 지향했다. 시점은 2035~2050년으로 달랐다.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연합(CDU)와 기독사회연합(CSU)은 올해 5월 감축을 강화한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65%, 2040년까지 88%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보다 5년 빠르다. 사민당도 이와 같다.

표절 시비 논란으로 지지도가 하락하며 기세가 꺾인 녹색당과, 사회주의좌파당 등 진보진영의 감축 목표는 더 이르다. 녹색당은 20년 내 달성이 목표이고, 좌파당은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했다. 진보성향의 두 당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일 헌법에 이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또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도 5개 정당이 공약으로 약속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2030년까지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사민당도 2030년까지 전기차 1500만대 판매 달성을 공약했다. 보수 성향의 정당 3곳도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독일 철도 시스템에 더 투자할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탈석탄’(석탄화력발전소 가동·투자 중단) 흐름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이지만, 현재 목표인 2038년 탈석탄을 더 앞당기거나(녹색당, 좌파당) 석탄 경쟁력 하락을 인정(보수 정당들)하는 분위기였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70%를 감축하고 2035년까지 모든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좌파당은 가능하면 빨리 100% 재생에너지을 목표로 한다. 사민당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기민·기사연합당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속도 향상을, 자유민주당도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난 7월16일 홍수 피해로 훼손된 독일 슐트 아흐르강 다리 모습. 연합뉴스/AP

주요 정당들이 기후 공약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7월 독일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 1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홍수와 유럽과 북미의 이상기후 등이 시민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높였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홍수 피해 직후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총리 후보자들도 관련 발언을 앞세워 시민들의 마음을 사고자 한다.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후보는 본인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기후변화를 막는 것은 모든 인류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녹색당의 안나레나 베르보크 후보도 “기후 정부가 될 준비가 돼있다”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지난 6월 에너지전문매체인 <클린에너지와이어>는 “독일 녹색당에서 총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녹색당이 차기 독일 연방정부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열리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도 독일과 유사하다. ‘노동’이 먼저 떠오르는 정의당의 주요 선거 공약은 기후위기 대응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 선언을 하며 탄소중립 목표 이행과 문 정부와 차별화된 기후 정책이 필요한 더불어민주당의 각 후보들도 기후공약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최재형 후보도 원자력발전을 앞세우고, 구체적 실현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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