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000년 전 아이들 발자국..북미 인류사 다시 쓸 화석 나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9.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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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기존 이론보다 7000년 앞서
시베리아에서 북미 대륙으로 이주 증거
미국 뉴 멕시코주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에서 발굴된 2만3000년 전 발자국 화석. 주로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의 발자국이었다./미국 본머스대

2만3000년 전 아이들이 호숫가에 남긴 발자국이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발견됐다. 연대가 맞는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7000년이나 앞서 아메리카대륙에 인류가 정착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의 인류사를 새로 써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본머스대의 매튜 베넷 교수 연구진은 “뉴멕시코주 남쪽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에서 2만3000년~2만1000년 전 인류가 남긴 발자국 화석을 발굴했다”고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베넷 교수는 “양피지에 글씨를 지우고 새로 쓰기를 거듭한 것처럼 오랜 시간 사람들이 걸어간 기록이 지층 7군데에 60개의 발자국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발자국 크기로 보아 대부분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뉴 멕시코주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에서 발굴된 2만3000년 전 발자국 화석. 주로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의 발자국이었다./미국 본머스대

◇북미대륙 이주 시기 7000년 앞당겨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인류가 북미 대륙에 정착한 것은 1만6000년 전 이후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발굴한 발자국의 연대가 맞는다면 그보다 7000년이나 앞서 인류가 북미 대륙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발자국 자체로는 바로 연대를 알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미국지질조사국 연구진은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위아래에서 찾은 씨앗으로 연대를 간접 측정했다. 씨앗의 탄소동위원소를 통해 이 발자국이 2만3000년에서 2만1000년 사이 형성됐음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2만3000년 전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어른을 도와 사냥감을 몰거나 나중에 사냥감을 처리하기 위해 땔감을 모으는 과정에서 발자국이 남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랫동안 학계에서는 북미 대륙에 인류가 정착한 시기를 1만3000년에서 1만1000년 사이로 추정했다. 당시 인류는 끝이 뾰족한 창과 같은 석기를 남겼다. 후기 빙하기에 북미 대륙에 형성된 석기 문화를 클로비스 문화라고 부른다. 당시 인류는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육지와 연결된 베링 해협을 통해 시베리아에서 북미 대륙으로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에는 인류의 북미 대륙 이주 시기가 최소 1만6000년 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아직 베링 해협의 수면이 낮아지기 전 인류가 시베리아에서 보트를 타고 북미 대륙으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를 분석하면 북미 원주민은 1만6000년에서 1만5000년 사이에 아시아인과 갈라진 것으로 나온다.

2만3000년 전 발자국 화석이 발굴된 지층에서는 메머드 같은 대형 포유류 화석들도 나왔다. 당시 인류가 이곳에서 사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미국 본머스대

◇연대 측정 정확성 두고 논란도

심지어 지난해 네이처에는 멕시코 사카테카스 동굴에서 2만7000년 전 석기가 발굴됐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당시 이 석기가 실제로 인류가 만든 인조물인지 자연적으로 돌이 부서지면서 우연히 석기 형태를 갖게 된 것인지 논란이 분분했다.

이번 발자국 화석의 연대가 맞는다면 멕시코 동굴의 석기도 실제 인류의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초기에 북미 대륙으로 이주한 인류가 멸종하고 이후 새로 이주한 아시아인들이 북미 원주민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연대 측정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발자국 위아래에서 발견된 씨앗이 더 오래 된 지층에 있다가 발자국이 생긴 진흙으로 쓸려 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즉 발자국이 씨앗보다 훨씬 뒤에 생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씨앗 대신 발자국 주변에 석영 알갱이가 마지막으로 빛에 노출된 시기를 알아내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뉴 멕시코주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에서 발자국 화석을 발굴하는 연구원들./미국 본머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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