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능성 제품의 함정 [속지 말자 탈모-발모 샴푸]
[경향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탈모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 3628명이었다.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의학적 치료를 받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런 시류를 타고 탈모증 관련 기능성 샴푸(식약처 기능성 화장품 등록)가 우후죽순처럼 출시되며 가히 춘추전국 시대의 혼돈 양상을 방불케하고 있다. 효능을 과장하는 제품이 적지 않은데, 탈모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얄팍한 상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샴푸 성분은 통상 70~80%가 계면활성제와 정제수로 구성돼 있다. 식약처에서 고시한 탈모방지 기능성 성분은 나이아신아마이드, 덱스판테놀, 비오틴, 살리실릭애씨드, 징크리피치온 등 6가지다. 식약처는 이 중 덱스판테놀 0.1%, 살리실릭애씨드 0.25%, 엘-맨톨 0.3%를 함께 함유한 샴푸 또는 나이아신아마이드 0.3%, 덱스판테놀 0.5%, 비오틴 0.06%, 징크리피치온 액(50%) 2%를 함유한 샴푸를 탈모완화 기능성 제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제품으로 탈모증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는 마음의 상처만 입기 십상이다. 관련 회사들은 이들 성분이 손상된 모발과 모낭 세포 재생에 도움을 준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식약처 고시성분을 400~500㎖ 샴푸기준으로 환산해보면, 탈모완화 고시 성분이 고작 0.65%(2.6~3.25㎖)와 2.56%(11.44~12.8㎖)에 불과하다. 조족지혈이고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레몬소주에 레몬즙은 한 두 방울에 불과하고 레몬향으로 ‘아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식약처는 2017년 5월, 탈모증상 완화 관련 제품을 ‘의약외품’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재분류했다. 보통 공산품→화장품→기능성화장품→의약외품→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제품으로 이어지는 분류에서 탈모제품은 ‘강등’에 그치지 않고 의약외품 분류가 아예 사라졌다.
의학적 발모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탈모샴푸는 ‘탈모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만 소개해야 한다. ‘탈모방지’ 표현도 안된다. 증모, 양모, 발모 등의 표현은 더욱 더 안된다. 이러한 와중에서 의학적 발모 및 양모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한 탈모제품은 설 땅이 마땅치가 않다. 기능성 화장품 이하의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탈모 샴푸의 고질적인 과장불법 홍보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임상시험이나 국제학술지 등을 통해 안전성 및 효능효과를 입증한 제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제도가 불합리하니 소비자들이라도 똑똑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올 가을에는 내 머리에서 낙엽처럼 ‘우수수’ 모발이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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