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변수가 너무 많은 주식시장, 개미의 대응책은

노자운 기자 입력 2021. 9. 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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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추석 연휴 기간, 주식시장은 쉬었지만 개미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하이와 홍콩은 물론 뉴욕 증시까지 요동치자,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미·중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증시의 특성 상, 휴장이 끝나자마자 코스피지수가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농후해 보였다.

중국의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베이징에 건설한 아파트 단지 앞을 15일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동학 개미들의 이 같은 불안감은 일단 어느 정도 잠잠해진 듯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헝다 발 쇼크는 “중국만의 문제이며 미국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할 조짐이 보이자,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도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많은 개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낙관론으로 돌아섰고, “‘헝다 쇼크’ 같은 표현으로 불안감을 조장하지 말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낙관적 태도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헝다의 파산 위기와 더불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까지 유동성에 부정적인 환경이 여전히 강하다.

헝다의 파산 위기로 인한 중국 경제의 위기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23일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국영 기업으로 재편하는 방법으로 구제에 직접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방 정부들에 헝다그룹의 몰락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헝다의 2대 주주는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할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번 헝다 사태가 2008년 리먼사태에 비견될 만한 구조적 문제는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구제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만큼 과거 우리나라 건설 회사들이 정리됐던 것처럼 순차적인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리스크는 내년까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5%에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5.5%에서 0.3%포인트 내렸다.

정 본부장은 헝다의 위기가 중국 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축소판과 같다고 말했다. 부채를 늘려 외형 성장을 지속하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외국인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출 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이 중국 투자를 줄인다면 우리나라가 반대급부로 수혜를 볼 지, 혹은 신흥국 전체에 대한 투자가 줄어 우리 증시도 타격을 입을 지 두고 봐야 한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청사. /연합뉴스

헝다 발 쇼크 뿐 아니라 미 연준의 테이퍼링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주 요인이다. 23일(현지 시각)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해 내년 중반에 종료)가 시장의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테이퍼링의 속도와 강도는 변수로 남아 있다. 주택저당증권(MBS)과 국채 등의 자산 매입을 언제, 얼마나 종료할 지가 관건인 만큼, 11월 FOMC가 임박할 수록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정 본부장은 전망했다.

김연진·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뉴욕 연방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테이퍼링의 종료 시기는 내년 3분기로 예상됐지만, 이번 FOMC를 통해 (종료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며 “따라서 테이퍼링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며 이는 국채 및 MBS 시장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강조하는 테이퍼링 요건인 ‘고용시장의 안정’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 실업자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줄었으며,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번 FOMC에서 발표된 점도표(dot plot·연준 이사들과 연방은행 총재들이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를 예상해 점으로 찍은 표)에 따르면, 내년 중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응답자가 기존(6월 FOMC 기준) 7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가 잔존하는 지금,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관망도 투자”라고 조언한다. 변동성이 클 때는 일단 쉬어가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곳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섣불리 저가 매수에 뛰어들기보다는 고배당주 같은 ‘상대적 안전자산’에 투자하며 적당한 시기를 살펴보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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