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은 미소 머금고, 서원은 묵향 머금고..정신문화의 고향, 안동 [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1. 9. 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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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부영대 위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이 마을을 낙동강이 감싼다.


경북 안동에서는 세계유산축전이 한창이다. 오는 26일까지다. 세계유산축전은 세계유산을 무대로 한 각종 전통공연과 체험과 재현행사, 세계유산을 주제로 한 영상 상영 등을 마련하는 문화재 활용 행사다. 안동 일대는 하회마을,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가득하다.

부용대 위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과거로의 시간 여행, 하회마을

하회마을의 시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산책하는 촌로의 모습이 역사를 웅변한다.



하회마을 안에 있는 자동판매기. 이 기계 역시 시간의 때가 쌓여 이채롭다.



하회마을 입구


안동의 대표적인 세계유산인 하회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년간 대대로 살아온 씨족마을이다.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형제의 고향이다. 조선시대 초기의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 주위로 평민들이 살았던 흙집과 초가집 등이 있어 꽤나 조화롭다. 강 건너 부용대에 올라서면 굽이진 낙동강 줄기를 낀 하회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입암고택



입암고택


하회마을의 양진당(養眞堂)은 풍산에 살던 류종혜공이 하회마을에 들어와 15세기에 최초로 지은 집으로 풍산류씨 대종택이다. 양진당 현판은 풍산류씨 족보를 최초로 완성한 류영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입암고택(立巖古宅) 현판은 겸암 선생과 서애 선생의 부친인 입암 류중영의 호에서 연유했다.

충효당


충효당(忠孝堂)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이다. 평생을 청백하게 지낸 선생이 삼간초옥에서 별세한 후 그의 문하생과 지역 사림이 선생의 유덕을 추모해 졸재 류원지를 도와 건립했다. 충효당 당호는 선생이 평소에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는 말을 강조한 데서 유래했다.

류시원의 생가인 담연재


담연재(澹然齋)는 서애 류성룡의 13대 손인 배우 류시원의 생가로서 창덕궁을 복원한 인간문화재인 도편수 신응수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건축한 전통 가옥이다. 담연재는 ‘맑고 편안한 마음으로 학문을 익히면 지혜와 뜻이 널리 퍼진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1999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73번째 생일상을 받고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 ‘봄의 왈츠’에서 다니엘 헤니의 고향집으로, 영화 ‘YMCA야구단’과 일본 영화 ‘호타루’의 촬영 장소로서 등장하기도 했다.

빈연정사(국가민속문화재 제86호)에서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빈연정사는 겸암 류운룡 선생이 1583년에 서재로 쓰려고 지은 것이다. 정사의 이름은 부용대 절벽 아래의 깊은 소를 빈연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다.

빈연정사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빈연정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도.


■묵향 머금은 곳, 예향 드높인 땅

낙동강을 앞에 둔 병산서원



병산서원 입구



병산서원


하회마을을 빠져 나오면 묵향 가득한 서원들이 곳곳에 있다. 그 중 고고한 기품이 느껴지는 병산서원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풍악서당이라 했는데 풍산현에 있던 것을 서애 류성룡이 선조 5년(1572)에 후학 양성을 위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후 광해군 6년(1614)에 서애의 업적과 학덕을 추모하는 유림에서 사묘를 짓고 향사하기 시작하면서 명문 서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화산 자락에 자리한 병산서원은 맞은편 낙동강을 바라보는 입지여서 경치가 빼어나다. 낙동강을 마주보며 서있는 만대루를 비롯해 광영지, 입교당, 존덕사, 장판각 등이 있다.

도산서원



도산서원 앞의 시사단



도산서원 안에 있는 도산서당



도산서원 안 풍경


도산서원은 1000원짜리 지폐에 등장한 덕인지, 말끔하게 정돈돼 있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1574년(선조 7년)에 지어진 서원이다.

바로 앞 안동호에 솟은 시사단은 조선시대 특별 과거시험을 봤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과 비각이 있는 곳이다. 1792년 정조는 평소 존경하던 퇴계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서 과거시험을 열기도 했다.

도산서원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단청이 이채롭다. 이에 대해 한 문화해설사는 “후손들의 욕심이 단청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며 개인적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단청은 궁궐과 사찰에 한정돼 꾸밀 수 있는 것이기에, 사원을 단청으로 물들인 것은 과욕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도산서원은 건축물 구성에 있어서 크게 도산서당과 이를 아우르는 도산서원으로 구분된다. 도산서당은 퇴계 선생이 머물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1561년(명종 16년)에 설립됐다. 퇴계 선생이 낙향 후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을 위해 지었다. 서원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퇴계 선생이 직접 설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 사후 건립돼 추증된 사당과 서원이다.

■안동이 새긴 역사, 스타카토로 돌아보는 트레킹

안동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도 있다. 앞서 소개한 하회마을에는 고택 말고도 볼거리가 있다. 삼신당 신목(보호수)이 그것인데, 수령이 650여년 된 느티나무로 마을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아기를 점지해 주고 출산과 성장을 돕는 신목이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이곳에서 마을의 평안을 비는 동제가 열린다.

안동에는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유산과 함께 둘러볼 길이 있다. 안동 선비순례길 가운데 1코스(선성현길)는 오천유적지에서 안동호를 따라 월천서당까지 13.7㎞로 이어진다. 도산구곡 중 첫 번째 물굽이인 운암곡 주변을 둘러보는 길이다. 물 위로 늘어진 선성수상길이 하이라이트다. 전통문화와 관련된 주변 명소로는 국학문화회관, 유교문화박물관, 송곡고택, 예안향교, 월천서당 등이 있다.

안동호 물 위를 걷는 선성수상길.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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