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北, 저강도 긴장 고조.. 대화에 문 닫은 건 아니다"

유엔총회 귀국길에 '기내간담회'
"北,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 유지"
"대화 공백 장기화로 위기 조성 가능성"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공군 1호기로 귀국 중 기내에서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긴 했지만 원래 약속했던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을 '저강도 긴장 고조'라 규정하고 북한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다.

"북한, 대화 문 열어둔 채 여러 고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의해, 미국에 의해 이뤄지는 대화 제의에 북한이 아직 응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 고조만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여러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도 북한에 대한 (대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봉쇄 정책 등이 대화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시간만 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 공백이 길어지면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이 조성되기도 하고, 평화나 안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최근 각종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핵실험과 ICBM 발사 등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대화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남북 및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북한이 호응해 유엔총회를 잘 활용하면 남북관계를 개선할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종전선언 관련국 소극적이지 않아"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이미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중국의 동의가 있어 왔다"며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에 들어가자'는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협상의 입구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는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며 "법적 지위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과는 아무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 핵이 상당히 고도화됐다고 할까, 진전됐기 때문에 평화협상과 별개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평화협상과 비핵화 협상이 '투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종전선언이 어느 시기에 어떤 정도 효과를 갖고 구사할지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진전의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