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단독주택이자 미래의 임대주택

손준우 2021. 9.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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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에 대비한 가변형 주거건축

현재는 한 가족이 사는 단독주택이지만, 자녀들이 독립한 후에는 임대형 다가구주택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가변형 주거 건축의 좋은 예이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과정을 생애라고 한다. 건축물에도 생애주기라는 개념이 있다. 주택의 경우는 최초의 건축주와 생을 같이 하기도 하지만, 여러 변수로 주인이 바뀌기도 하고 건축물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노후를 대비하며 살아가듯, 건축물 역시 제대로 쓰이고 어쩌면 더 좋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초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SECTION

① 현관 ② 안방 ③ 드레스룸 ④ 욕실 ⑤ 주방/식당 ⑥ 보조주방 ⑦ 세탁실 ⑧ 발코니 ⑨ 계단실 ⑩ 방 ⑪ 창고 ⑫ 주차장 ⑬ 옥외공간 ⑭ 다락 ⑮ 다락 창고


빽빽하게 들어선 주택들 사이에서 채광과 환기를 확보하기 위해 썬큰과 겹벽, 벌집 쌓기 등 다양한 장치를 더했다.


하남 미사지구에 지어진 다세대 주택은 그 좋은 예가 된다. 현재는 건축주 세대와 자녀 세대, 두 가구로 나누어 한 집에서 생활하지만, 자녀들이 집을 떠날 때를 대비해 다양한 각도의 대책을 마련해두었다. 최대 4세대까지 분리해 임대 가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주택 정면뿐 아니라, 주차 공간 안쪽에도 키 낮은 정원을 구성해 출입 시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주차장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대형 크기의 무인택배함을 설치했다.


내부 계단은 창을 통해 정원의 사계절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주택의 기획은 2017년 말부터 시작되었다. 그해 6월 대지 구입을 마치고, 계획설계와 실시설계에 거의 1년을 소비했다. 장기적으로 임대를 염두에 두었기에 세대별 출입구를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게 먼저였다. 또한 추후 내부 구조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 내력벽과 비내력벽을 따져 구조 설계에 공을 들였다.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도 4가구로 분리해 시공했다. 건축주 최진용 씨는 “나중에 공사가 커지는 것들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며, “비내력벽을 철거하거나 새로 벽을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전기와 수도 등을 다시 분리하고 계량기를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2층 거실은 3층 높이까지 층고를 높이고 큰 창을 두어 늘 환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계단 뒤편으로는 별도의 발코니가 위치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대지면적
≫ 319m2(96.66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거주인원 ≫ 5명(부부 + 자녀 3)  
건축면적 ≫ 158.17m2(47.93평)    
연면적 ≫ 396.38m2(120.11평)    
건폐율 ≫ 49.58%(법정 50%)  
용적률 ≫ 86.13%(법정 100%)  
주차대수 ≫ 5대  
최고높이 ≫ 12.3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CIP공법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경질우레탄보드(2종2호) T140, T70 , 비드법단열재(2종2호) T50, T220 등  
외부마감재 ≫ 외벽 –보랄브릭 수입벽돌, 아연도금강판 등 / 지붕 – 컬러강판  
창호재 ≫ 이건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 ≫ 대명전력  
시공 ≫ 토브301 02-325-7031 http://tov301.com  
설계 ≫ 홈플랜건축사사무소 이동진, 김소연 031-275-5296 www.homeplan.co.kr


3층에서 다락으로 오르는 널찍한 계단실 겸 하부 수납장.


2층 주방에서 본 실내 풍경. 다이닝룸을 따로 구성하고 주방 편으로 팬트리룸을 두었다.


착공을 시작하자 몇몇 어려움에 부딪혔다. 하남미사지구 내 전용주거지역에 속한 대지는 강변을 매립한 땅이라 연약지반이었던 것. 혼합토를 사용해 지내력을 보강해야 했고, 주변 건물의 부동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CIP 공법도 병행했다. 기초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골조공사는 장마와 겹치기도 해 현장 관리가 녹록지 않았다. 설계를 맡은 홈플랜건축사사무소 이동진 소장은 “문제가 생겨도 건축주, 시공자와 함께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나하나 공정을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부부침실은 격자창이 있는 발코니 공간을 따로 두고 욕실과 드레스룸이 함께 한다.


코너창으로 채광이 좋은 식사 공간.


집은 용적률을 꽉 채운 다가구주택 사이에서 채광과 사생활을 확보하고자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 1층 주차 공간을 필로티로 만들어 주차 대수를 여유롭게 두고, 통행길 쪽으로 메인 정원과 주차장 뒤편의 프라이빗한 정원을 구성했다. 필로티 기둥 사이의 벤치, 입구의 무인택배함 등 소소한 편의 시설이 집에 생기를 더한다.

지하는 널찍한 썬큰을 두어 중정 역할을 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쾌적한 공기가 지하층 전체를 밝고 쾌적하게 만든다. 현재는 가족이 사용하는 피트니스룸과 A/V룸을 만들어 두었지만, 추후 개인 오피스로도 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족을 위한 쉼 공간이자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룸으로 쓰는 최고층. 계단을 오르면 다락과 옥상 정원으로 이어진다.


폴딩도어를 열면 노천카페 같은 테라스 공간이 펼쳐진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 –구정마루 헤링본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 비앤코,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 ≫ 한샘  
계단재·난간 ≫ 월넛집성목 + 평철난간  
중문 ≫ 금속 자재 + 도장 마감 + 망입유리  
방문 ≫ 디자인 주문 제작  
데크재 ≫ 합성목재


게스트룸 위 작은 다락 공간.


천창으로 빛이 가득 들어오는 히노끼탕 욕실.


부부는 2층에서 주로 생활한다. 거실과 주방의 동적 공간과 침실 같은 사적 공간은 완벽하게 분리하고, 거실은 층고를 3층까지 높여 개방감을 최대화했다. 거실의 실내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오르면 자녀방이 자리하고, 게스트룸으로 쓰는 다른 세대가 또 내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각 층에는 외부 계단과 홀을 통해 직접 드나드는 출입구가 별도로 있다.

PLAN


① 현관 ② 안방 ③ 드레스룸 ④ 욕실 ⑤ 주방/식당 ⑥ 보조주방 ⑦ 세탁실 ⑧ 발코니 ⑨ 계단실 ⑩ 방 ⑪ 창고 ⑫ 주차장 ⑬ 옥외공간 ⑭ 다락 ⑮ 다락 창고


게스트룸은 지인들이 방문했을 때 같이 즐기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닫이문으로 분리된 침실, 천창과 히노키탕이 있는 욕실, 거실에는 홈바와 긴 테이블을 제작해 여행지 숙소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집 안에서 또 하나의 세컨드하우스를 즐기는 방법이다.


옥상은 다양한 활동을 위해 전체 데크를 깔고 다른 세대에서 모두 출입 가능하게 설계했다.


썬큰은 하나의 중정 역할을 하며 지하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주택 후면 산책길에서 본 풍경. 수목이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도심 속 마을 모습이다.


코로나 시대, 가족은 현재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향유하고 있다. 자녀들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을 마치면 지하에서 취미 생활을 하고, 밖에서 만날 수 없는 친구나 친지들을 초대해 게스트룸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 커뮤니티가 늘면서 집 안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 현재의 집은 가족에게 매일의 행복을 주고, 미래의 집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노후 보장이 될 것이다. 이 시대 집짓기의 바람직한 모델이다.





취재_ 이세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9월호 / Vol.270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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