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반응 늘어도 과도한 걱정 말아야..피해 보상은 넉넉하게"

한상희 기자 2021. 9.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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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늘면서 장기괴사·백혈병·부정출혈 등 신고도 증가
전문가들 "인과관계 부족해도 의료비 폭넓게 지원해야"
서울 용산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접종 후 유의미한 발병률 증가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상반응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상증상이 접종 후 48시간 이상 이어지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관할 보건소에 증상을 보고하라고 조언했다.

24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기준 누적 1차 접종자 수가 3657만105명으로 집계돼 접종률이 전체 인구 대비 71.2%를 기록했다. 접종 대상인 18세 이상 기준으로는 82.8%에 해당한다.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2220만4741명으로 인구 대비 43.2% 수준이다. 정부는 11월로 예정했던 인구 70% 접종 완료 시기를 10월로 앞당기고 접종률 목표치를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이상반응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 신고는 23일 현재 총 24만2656건으로 전체 접종의 0.42% 수준이다. 부정출혈 등 이상반응에 포함되지 않는 증상을 고려하면 훨씬 많은 이들이 이상반응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상에는 백신 이상반응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이자 1차 백신 접종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백신 부작용 급성골수백혈병 진단' '화이자 백신 후 25세여 뇌출혈'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소장 괴사 썩었습니다' 'AZ 2차 접종 후 발생한 혈전 때문에 3시간 만에 몸의 마비가 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계신 아버지를 구해주십시오' 등 5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상반응 신고건수가 백신과의 인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접종 후 이상반응은 시간적 선후 관계·역학적 연구를 통한 평가·통계적 유의성 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실 교수는 "백신 이상반응 신고건수가 마치 백신으로 인한 전체 피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작년 독감 백신 사망 사건 이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포심 때문에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과학적 인과관계를 입증하려면 특정 질환이 평상시 발생하는 수준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망이나 부정출혈 등은 평상시에도 발생이 많다"며 "백신 접종 후 얼마나 발생률이 높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증 이상의 반응은 백신 접종 후 보통 48시간 이내에 사라지며 48시간 이후 증상이 발생해 점점 심해지면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언론 보도 사례 중 백신과 직접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으며 기저질환으로 인한 질병이 백신 접종후 나타난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 "시간적 선후관계가 있는 것이지 인과성이 증명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엄 교수는 다만 "부정출혈은 보고 사례가 꽤 있는데 아직 실제 인과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접종 후 이상반응 생겼을 때 참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거나 짧은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면 이상반응 감별을 위해서라도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며 "실제로 백신 접종과 증상 간 관련성이 있는지 진료를 받아보고 이상반응 가능성이 있다면 각 지자체 내 전담팀의 평가를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최근에는 접종 후 부정출혈을 호소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16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한 직장인 A씨(33)는 "접종 후 출혈이 시작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병원에 갔더니 백신을 맞고 많이들 온다고 하는데 접종 전 1분 정도 형식적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았을 뿐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고지받은 적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이나 생리주기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백신이 호르몬 주기를 깨뜨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단단하던 자궁 내막이 물러지면서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 듯 한데 보통 2~3개월 후 정상으로 돌아오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의학적 인과관계 입증 여부와 별개로 좀 더 포괄적인 보상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재훈 교수는 "의료비 지원과 과학적 평가의 영역을 엄격하게 투트랙으로 분리해야 한다"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4-1항을 신설해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폭넓게 지원해주는 등 의료비 지원은 포괄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불완전한 인과성 평가 기준으로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 여부를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으며 만성적 효과나 부작용, 희귀 질병은 인과성이 나중에 밝혀질 수 있다"며 "현재 기준으로는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없는 질환이라 해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역학조사나 인과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의학적 인과관계 유무에 관계없이, 인과관계가 부족하거나 없다고 해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공공성을 띠는 만큼 사회보장 차원에서 의료비 지원 기준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고엽제 피해자와 과로사, 환경성 질병 등은 관련 법에 따라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라도 광범위하게 보상하고 있다"며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개인이 다 책임지라고 하면 누가 (국가 백신 접종 정에) 협조하겠나. 의학적 인과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사회보장이나 약자를 보장하기 위한 법체계,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피해 보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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