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 결여된 뒤늦은 사과, 안우진·키움의 이기적 실리주의 [MK시선]

김지수 2021. 9. 2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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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안우진은 5⅔이닝 1사구 4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4승을 따냈다.

KBO는 36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 키움 구단은 한현희에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 안우진에 제재금 500만 원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날 경기가 연패 중인 공동 5위 팀의 맞대결 자체보다 안우진의 선발등판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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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6연패에서 벗어났고 공동 5위에서 단독 5위로 올라섰다. 결과만 본다면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날 키움 승리의 수훈갑은 선발투수로 나선 안우진이었다. 안우진은 5⅔이닝 1사구 4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4승을 따냈다. 지난 7월 6일 SSG 랜더스전 이후 2개월 만에 실전 등판에서 건재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안우진은 이날 경기 종료 후 "프로야구 선수로서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팀원들과 모든 야구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말부터 꺼냈다.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왼쪽)이 23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4승을 기록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안우진은 지난 7월초 팀 선배 한현희와 수원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한 뒤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KBO는 36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 키움 구단은 한현희에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 안우진에 제재금 500만 원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홍원기 키움 감독도 안우진, 한현희를 잔여 시즌 기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후반기 포스트시즌 진출 다툼이 격화되면서 홍 감독은 자신의 말을 뒤집었고 안우진은 징계 해제와 동시에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문제는 사과의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점이다. 한현희의 경우 논란이 불거진 뒤 구단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점을 세상에 알렸다.

반면 안우진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날 1군 복귀 등판을 마치기 전까지 지난 2개월 간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경기 후에도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다. "많은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고 항상 팀원들과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내 잘못에 대해 많이 반성했고 자숙하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서 지냈다"고 형식적인 말을 전했다.

말의 길이로 진심 어린 사과를 판단할 수는 없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안우진의 발언 내용도 실망스러웠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8 년 학교 폭력 가해 문제로 뒤늦게 팀에 합류했을 당시 스스로 팬들과 약속했던 "좋은 선수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되겠다"는 수준의 분명한 쇄신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안우진은 3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변명 없이 다 제 잘못이다.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한 게 끝이었다. 팬들이 기대했던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짧은 멘트였다. 안우진이 야기했던 논란에 비하면 사과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령탑도 안우진과 차이가 없었다. 홍 감독은 경기평에서 안우진을 아예 언급조차 않았다. 말을 아낀 것인지, 다른 선수들이 승리 기여도가 더 높았기 때문인지, 안우진의 이름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걸 최소화하려는 전략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경기가 연패 중인 공동 5위 팀의 맞대결 자체보다 안우진의 선발등판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홍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안우진의 투구 내용을 치켜세우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말을 번복했던 부분은 재차 사과하는 게 필요했다.

키움은 일단 감독과 선수 모두 정작 꼭 필요했던 말은 생략한 채 승리라는 이득만 취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실리주의 추구와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만 생각한다는 히어로즈의 노선만 재확인했다.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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