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골 이강인, 부담은 덜었지만..험난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마요르카 내 유사 스타일 많아..경쟁자와 차이 보여야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의 이강인이 첫 풀타임 경기에서 원더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3경기 만에 새 소속팀에서의 마수걸이 득점을 기록하며 이적생이면 응당 갖는 부담을 크게 덜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험난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강인은 23일(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2021-2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에서 이적 후 첫 골이자 이번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득점에도 불구하고 1-6으로 대패했다.
이날 이강인은 4-2-3-1 포메이션에서 원 톱 공격수 뒤를 받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가장 좋아하는 포메이션에서 가장 자신 있는 임무를 부여 받은 이강인은 득점 장면 외에도 리블을 활용한 탈압박, 번뜩이는 시야를 통한 전환 패스, 수비 뒤 공간을 노리는 침투 패스 등으로 마요르카 공격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경기 후 마요르카 공식 SNS에는 "이강인이 해당 자리에서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 "이강인이 어떤 선수인지 아는 데 도움이 됐다. 내가 맞게 본 것이기를 바란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적잖이 보였다. 대패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을 향한 팬들의 평가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원하는 포지션과 출전 시간을 모두 얻지 못했던 발렌시아 시절에 비해 적어도 원하는 포지션에 배치되는 마요르카의 생활은 훨씬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강인은 출전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4라운드 아슬레틱전 18분, 5라운드 비야레알전 1분 출전에 그쳤다. 특히 5라운드에선 경기 종료가 임박한 시간에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를 대신해 들어가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가야할 길은 멀고 입지를 더 다져야한다.
무엇보다 이강인이 선호하는 포지션에 유사 스타일을 가진 경쟁자가 많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구보 역시 평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가장 선호한다. 이강인이 엔트리에 등록되기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던 테크니션 미드필더 다니 로드리게스는 3라운드 에스파뇰전에서 결승골을 기록,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패싱력을 갖춘 베테랑 미드필더 살바 세비야 역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이 자리에서만 뛰고 있다. 드리블이 좋은 루이스 가랄레타도 최근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다양한 선수를 넣어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건 감독에겐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그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에겐 고역이다.
이번 시즌 마요르카가 그렇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유독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만 재능들이 넘쳐난다. 이강인이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이강인이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 자리의 1옵션으로 판정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이강인으로선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보여줬듯 팀이 필요로 할 때 귀한 득점을 만들고, 장점인 패스와 탈압박을 통해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가르시아 감독의 신임을 얻을 수 있고, 그러면 계속 경기에 나서 점점 더 좋은 컨디션과 자신감을 갖는 선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앞서 발렌시아에서는 반대의 흐름이었다. 신임을 얻지 못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후반 막판 들어가거나, 낯선 포지션인 측면 수비적 윙어로 뛰곤 했다. 그래서 가진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이를 본 감독으로부터 점점 더 신뢰를 잃고 입지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충분히 긍정적인 출발을 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더 나아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발렌시아에서의 아쉬움을 털고 가진 기량을 더 발휘 혹은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이강인에게 진짜 중요할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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