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 보지 않은 길/박홍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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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고향집에서 보낸 뒤 서울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비게이션이 3시간여의 경로를 제시했다.
평소 1시간 30분이 채 안 걸리는 경부고속도로 노선이 아닌 전혀 생소한 길이다.
이미 어둑해져 사위 분별도 안 되는 시골길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등을 이리저리 이용하는 '초행길'이다.
돌이켜 보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지금, 이곳'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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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고향집에서 보낸 뒤 서울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비게이션이 3시간여의 경로를 제시했다. 평소 1시간 30분이 채 안 걸리는 경부고속도로 노선이 아닌 전혀 생소한 길이다. 이미 어둑해져 사위 분별도 안 되는 시골길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등을 이리저리 이용하는 ‘초행길’이다. 가 보지 않은 길, 핸들을 잡은 어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차들이 가까스로 교차통행할 정도인 좁은 왕복 2차로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내비게이션은 좌회전·우회전·유턴 등 온갖 통행법을 제시해 가며 평택~제천 고속도로를 이용하라고 강권했다. 평택 어귀에서 다시 국도로 나와 수원 부근까지 주행하자 이번엔 수원~광명 고속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집으로 돌아와 달려온 길을 복기하는데 근육이 긴장했는지 온몸이 욱신댈 정도다. 그래도 무탈하게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돌이켜 보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지금, 이곳’에 와 있다. 큰 선택의 순간에는 늘 처음 경험하는 초행길을 맞닥뜨렸을 때처럼 불안했다. 크고 작은 굴곡은 있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인생의 길안내에 따랐던 것 같다. 조만간 완전히 새로운, ‘가 보지 않은 길’이 펼쳐질 것 같다. 지금까지처럼 불안할지언정 당당하게 임할 생각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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