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마술..독일 '900여석 슈퍼의회' 예고

한겨레 입력 2021. 9. 24. 05:06 수정 2021. 9. 24. 09: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역사상 가장 크고, 이전보다 훨씬 진보적인 의회가 온다."

26일 치러지는 이번 총선 결과 독일에선 900석이 넘는 '초대형 의회'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의회 의석수가 현행 709석보다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은 독일의 독특한 선거 제도 때문이다.

보정 의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형 정당 지지도 낮아졌지만
지역구 당선 땐 보정의석 늘어
녹색 여성의원 대거 진출 예상
사민 1위 때 진보연정 실현 주목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정당 총리 후보자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민주당의 올라프 숄츠,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 기민·기사연합의 아르민 라셰트 후보의 모습이 보인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역사상 가장 크고, 이전보다 훨씬 진보적인 의회가 온다.”

26일 치러지는 이번 총선 결과 독일에선 900석이 넘는 ‘초대형 의회’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녹색당과 여성 의원들의 대거 원내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민주당-녹색당-좌파당으로 구성된 첫 진보 연정이 실현될지도 뜨거운 관심사다.

독일 의회 의석수가 현행 709석보다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은 독일의 독특한 선거 제도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에선 유권자들이 각각 지역구 후보자와 지지정당에 투표한다. 그런데 한 정당이 지지정당 득표율로 정해진 비례의석 수보다 더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면, 각 정당이 정당 득표율에 맞는 의석수를 갖도록 보정 의석을 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체 의석수가 늘어난다.

이번 총선에서 기민·기사연합과 사회민주당 등 기존 대형 정당에 대한 전반적 지지도는 낮아졌지만 지역구에선 여전히 이들 정당 소속 의원들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정 의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정당 투표에서 약진이 예상되는 정당은 녹색당이다. 여론조사대로라면 녹색당은 최소 16%의 의석을 확보해, 2017년 8.9%에 견줘 2배 가까이 의석수가 늘어나게 된다. 녹색당은 지난 8월 당원 12만명을 넘어서 당원 수에서도 4년 전 6만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정치 신인들이 대거 기용된 녹색당뿐 아니라 다른 당에서도 늘어난 의석을 젊은 정치인, 여성들이 상당수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당이 여성 후보자를 54%로 늘리는 등 남녀 동수를 목표로 하는 정당들이 늘면서 여성 정치인 비율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26일 선거로 연방하원이 구성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한달 안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하지만 연방 대통령이 새 총리를 임명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총선 뒤 어느 당도 반수를 넘기지 못하면 둘 이상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연정을 구성하는 과정이 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보수당인 기민련 출신의 메르켈 총리가 원전 폐지와 난민 수용 등 진보정책을 현실화하는 ‘타협의 정치’를 펼칠 수 있던 배경에도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선 어느 당도 30%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세 정당이 모이는 ‘3당 연정’이 필수적이다. 사민당이 득표율 1위를 얻는다면 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연합이 연정을 맺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 세 정당은 기후 문제, 외교적 다자주의, 유럽연합(EU) 강화 등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대마초 합법화도 3당 공통이다. 그러나 부유세 도입을 추진하는 사민당·녹색당과 친기업적인 자민련 사이 갈등이 예상된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후보는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을 12유로로 인상하는 것이 연정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내내 색깔론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사민당이 녹색당에 더해 좌파당과 연정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민·기사연합이 1당으로 재집권한다면 기민·기사연합-자민련-녹색당의 연정이 유력하다. 그러나 재산세, 화력발전소 폐지, 휘발유 자동차 제한 등 녹색당 주요 정책에 대해 다른 두 당의 반대가 확고해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