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LNG 발전 늘린 英·스페인, 전기료 최고 7배로 치솟아
유럽 각국의 올해 전기요금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핵심 전력 생산원인 천연가스의 공급이 줄어든 데다, 바람이 잠잠한 탓에 풍력발전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풍력·태양광 비율을 계속 높이고 있지만 이런 신재생에너지로는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전기차 보급 등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스페인의 이달 도매용 전기료는 지난해 평균 가격의 3배를 넘어섰다. 스페인의 전력 도매 가격은 ㎿h(메가와트시)당 175유로(약 24만1000원)에 이른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달 들어서만 도매용 전기료가 36%, 48%씩 올랐다.
영국의 전기료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지난 8일 도매용 전기료는 ㎿h당 331유로(약 45만7000원)로 작년 이맘때(47유로)보다 7배로 올랐다. 한국에서 전력 도매가격이 ㎿h당 8만7000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일간 더타임스는 “올겨울 수백만 가정이 충격적인 전기료 고지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예년에 비해 가구당 추가로 연간 100유로(약 13만8000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유럽의 전기료 급등은 우선 전체 전력 생산의 5분의 1을 맡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봄 유럽은 이상 한파가 닥쳐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했다. 북미에서는 여름철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 냉방용 천연가스 값을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천연가스 사용량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러시아가 최근 천연가스 수출을 대폭 줄였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가공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유럽 길들이기’ 카드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풍력발전소의 전기 생산량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북해 인근에 집중된 유럽의 풍력발전소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의존한다. 하지만 올해 풍속은 2000년 이후 가장 느리다. 독일의 경우 이달 풍력 발전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을 풍력에 의지하는 영국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체 전력 생산원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38%에 이르며, 풍력만 따지면 10%가량이다.
유럽 언론들은 전기요금 대란이 향후 1~2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국민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페인은 전기와 가스 공급 회사의 이익을 일정 수준 이상 얻지 못하게 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프랑스는 저소득층 550만 가구에 연간 150유로(약 20만7000원)의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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