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자기 표현 못하는 소극적 아이 "왜 못해?" 말고 함께 표현 연습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2021. 9.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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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만 4세 아이가 어린이집과 미술 학원에서 어떤 것이 필요할 때 교사에게 “ΟΟ 주세요”라는 말을 못 한다며 무척 답답해하는 부모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에게 이유를 물으니 “너무 부끄러워서 말이 잘 안 나온다”고 했다고 한다.

일러스트=김도원

요즘은 적극적이고 자기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런데 소극적이고 자기표현을 좀 덜 한다고 부족하거나 못난 사람은 아니다. 사람마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자기만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문제 될 것은 없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를 사귈 때 처음엔 더디지만 한 사람과 깊이 사귀고, 무엇을 배울 때 속도는 좀 늦어도 배우고 나면 제대로 잘 아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가 꼭 해야 할 말조차 못 한다면 도와줘야 한다. 이때 아이 마음이 부모와 달라도 언제나 그냥 수긍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끄러워하는 아이에게 자꾸 “해봐. 그걸 왜 못 해?” 하고 다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다고 하면 “아, 네가 좀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구나. 그것은 알겠어”라고 아이의 감정을 수긍해 준다. 그런 다음에 “그런데, 말을 안 하면 상대방이 네 마음을 알기는 어려워. 말이 안 나오면 네가 좀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도 돼. 어떻게 하면 네가 좀 덜 불편할까?”라고 물어보자.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한번 그렇게 해 보자”라고 하자. 아이가 대답을 잘 못 하면 부모가 상황에 맞게 아주 간단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아이와 미리 그 방법을 연습해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이 정도는 우리가 불편해도, 수줍어도, 부끄러워도 해나가야 해. 당장은 아니어도 우리 그렇게 해보자”고 넌지시 알려준다.

아이가 서툴러도 다그치거나 혼내지 않고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는 사람. 우리 부모들이 아이에게 그런 등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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