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필수 시대, 프리미엄 안경에 눈떴다

사지원 기자 2021. 9.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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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15> 고가 안경테 시장 폭풍 성장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타르트옵티컬 제품. 타르트옵티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프리미엄 안경’ 시장이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개성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간편하게 개성을 드러내기 좋은 고가 안경으로 명품 보복 소비 열풍이 옮겨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명품보다 잘나간 프리미엄 안경

23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8월 프리미엄 안경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7.6% 증가했다. 2019년 21.6%, 지난해 31.1%에 이어 최근 3년간 프리미엄 안경 매출 증가율은 점점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현대백화점 전체 명품군의 매출 증가율인 28.2%를 뛰어넘었고, 올해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독일 브랜드 마이키타(52.8%), 미국 브랜드 타르트옵티컬(48.2%) 등 매출 증가율이 특히 높은 수입 안경 브랜드는 안경테 가격만 최소 40만 원 이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및 여행 감소로 전체 안경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고가 안경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린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경테와 선글라스의 수입 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14.7%, 35.3% 줄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프리미엄 안경 편집숍 ‘스펙터’. 현대백화점 제공

안경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안경의 인기를 코로나19 이후 터져 나온 명품 소비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가방, 신발, 의류 등을 넘어 안경에까지 명품 보복 소비 현상이 번졌다는 의미다. 특히 안경은 가방이나 시계 등 고가의 명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수입 안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아프리카안경 관계자는 “어중간한 가격대의 안경테는 안 팔리고 아예 명품이나 인지도 높은 고가 안경이 잘나가는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일상적 소비는 위축됐지만 한번 구매했을 때 오래 착용할 수 있는 제품에 쓰는 돈은 훨씬 과감해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안경의 역할이 단순한 시력 보조 기구를 넘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고가 안경으로 개성을 표현하려는 현상이 나타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경 편집숍의 프리미엄 안경 비중을 최근 70%로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 셀럽처럼 고가 안경으로 개성 표현



최근 프리미엄 안경 성장세 뒤에는 최신 소비 문화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있다. 안경 편집숍 콜렉트 관계자는 “소비 여력이 있는 30, 40대가 프리미엄 안경의 주 수요층이지만, 크롬하츠, 톰브라운 등 MZ세대에게 브랜드 자체가 인기 있는 경우 고가 안경 판매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100만 원대인 크롬하츠 안경의 경우 방탄소년단(BTS)의 정국, 딘딘 등이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톰브라운 안경은 대표적 패셔니스타인 지드래곤(GD)이 착용해 유명해졌다. 블랙핑크 제니와 협업한 젠틀몬스터,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윈터 등이 착용한 로렌스폴 제품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MZ세대 고객이 늘면서 안경 업체들은 매장 운영 방식에서도 체험형 요소를 강조하고 나섰다. 올 2월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한 상품 진열 대신 6족 보행 로봇과 디저트 매장 등의 이색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고가 안경의 급성장은 코로나19 이후 상시화된 마스크 착용과 원마일 웨어(실내와 집 근처 1마일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의 인기 등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보림 이화여대 패션디자인전공 교수는 “집콕으로 유행한 원마일 웨어를 입을 때면 안경으로 멋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화장할 때 눈을 강조하는 경향에 더해 안경도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이템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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