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戰爭과 바둑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1. 9. 24. 03:02
본선 2회전 제1 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신진서 九단 / 黑 타오신란 八단 흑>
白 신진서 九단 / 黑 타오신란 八단 흑>
<제5보>(46~56)=모든 전쟁의 키워드는 ‘영토’와 ‘살상(殺傷)’으로 요약된다. 바둑이 실제 전쟁을 가장 정확히 모사(模寫)한 게임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병력 배치와 지형 등과 관련된 모든 전술이 똑 닮았다. 요충(要衝)에 대한 개념도 다르지 않다. 다른 점도 물론 있다. 대승(大勝)을 지향하는 전쟁과 달리 비교 우위로 승부를 가르는 바둑은 ‘반집’이 최종 목표다.
46, 48 때 흑이 작전의 기로에 섰다. 우중앙 흑세를 키워야 할까, 아니면 좌변 백진 파괴가 더 시급할까. 타오신란은 참고 1도를 외면하고 노타임으로 49에 두었다. 후자, 즉 파괴를 택한 것. A 부근 뒷문이 열린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흑 5의 가치는 전국을 압도하고 있다.
54도 전략적 착점. 참고 2도가 보통이지만 백의 외곽이 엷다고 보고 두터움을 골랐다. 55는 실수. ‘가’로 호구 쳐 중앙에 힘을 실어줘야 했다. 인간계 전쟁이 그렇듯 바둑에서도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 56이 놓이고 보니 피아(彼我)의 경계선에서 전국을 한눈에 굽어보는 요충이다. 주도권이 백에게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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