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던 하급병사-여성 등이 직접 남긴 '조선의 속살'"
이기욱 기자 2021. 9.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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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 많은 금위중군 선봉은 하지 않고 좌천봉에 올랐다" 조선 영조 4년(1728년) 소론이 일으킨 '이인좌의 난' 진압 과정에 참여한 훈련도감 소속 한 마병(馬兵·말을 타고 싸우는 하급 병사)이 작성한 한글 일기 '난리가'의 내용이다.
정 교수는 "공식 기록에서 누락됐던 계층의 삶이 진솔하게 드러난 일기들은 한글 산문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 책이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일기 자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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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이후 일기 11편 소개 '조선 사람들..' 펴낸 정우봉 교수
지난달 30일 출간된 ‘조선 사람들, 자기 삶을 고백하다’(세창출판사)는 조선 중기 이후 하급 병사, 여성 등 여러 계층의 일기 11편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았다. 저자 정우봉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0·사진)는 양반 사대부와 같이 지배계층이 기록한 관찬사서와 달리 평민, 여성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일기를 통해 당대를 바라봤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양반계층이 작성한 실록과 달리 난리가는 직접 참전했던 병사가 증언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진실에 가깝다”며 “역사자료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있던 평민이나 여성 등이 직접 남긴 기록을 통해 역사 속에서 그들이 어떤 사건을 겪고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결점을 숨기는 것이 예의이던 시절, 이를 드러낸 소중한 기록도 있다. 문신 남이웅(1575∼1648)의 아내 조애중(1574∼1645)이 쓴 ‘병자일기’에는 “매양 간담을 베어 내는 듯 숨이 막히는 듯 답답하며, 생각하고 서러워하면서도 어찌 할 수가 없으니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이리 헤아리고 저리 헤아린다”는 글이 남아 있다. 두 아들을 일찍 여읜 어머니의 마음을 절절하게 써내려간 것. 사실만 충실하게 기록했던 사대부 남성들의 한문 일기 전통과 달리 조 씨는 한글 일기에 내면을 오롯이 담아냈다.
문신 심노숭(1762∼1837)은 ‘자저실기’에서 “기생들과 노닐 때에 좁은 골목과 개구멍도 가리지 않아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었다”며 자신의 지나친 정욕에 따른 괴로움을 고백한다. 정 교수는 “양반이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숨김없이 토로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식 기록에서 누락됐던 계층의 삶이 진솔하게 드러난 일기들은 한글 산문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 책이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일기 자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기 바란다”고 전했다.
“지략 많은 금위중군 선봉은 하지 않고 좌천봉에 올랐다”
조선 영조 4년(1728년) 소론이 일으킨 ‘이인좌의 난’ 진압 과정에 참여한 훈련도감 소속 한 마병(馬兵·말을 타고 싸우는 하급 병사)이 작성한 한글 일기 ‘난리가’의 내용이다. 금위중군은 무신 박찬신(1679∼1755)을 가리킨다. ‘영조실록’에 따르면 박찬신은 난을 진압한 공신으로 책봉돼 토지와 녹봉을 하사받고 승진의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이 일기에는 산봉우리로 도망간 비겁한 지휘관으로 기록돼 있는 것.
조선 영조 4년(1728년) 소론이 일으킨 ‘이인좌의 난’ 진압 과정에 참여한 훈련도감 소속 한 마병(馬兵·말을 타고 싸우는 하급 병사)이 작성한 한글 일기 ‘난리가’의 내용이다. 금위중군은 무신 박찬신(1679∼1755)을 가리킨다. ‘영조실록’에 따르면 박찬신은 난을 진압한 공신으로 책봉돼 토지와 녹봉을 하사받고 승진의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이 일기에는 산봉우리로 도망간 비겁한 지휘관으로 기록돼 있는 것.
지난달 30일 출간된 ‘조선 사람들, 자기 삶을 고백하다’(세창출판사)는 조선 중기 이후 하급 병사, 여성 등 여러 계층의 일기 11편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았다. 저자 정우봉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0·사진)는 양반 사대부와 같이 지배계층이 기록한 관찬사서와 달리 평민, 여성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일기를 통해 당대를 바라봤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양반계층이 작성한 실록과 달리 난리가는 직접 참전했던 병사가 증언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진실에 가깝다”며 “역사자료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있던 평민이나 여성 등이 직접 남긴 기록을 통해 역사 속에서 그들이 어떤 사건을 겪고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결점을 숨기는 것이 예의이던 시절, 이를 드러낸 소중한 기록도 있다. 문신 남이웅(1575∼1648)의 아내 조애중(1574∼1645)이 쓴 ‘병자일기’에는 “매양 간담을 베어 내는 듯 숨이 막히는 듯 답답하며, 생각하고 서러워하면서도 어찌 할 수가 없으니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이리 헤아리고 저리 헤아린다”는 글이 남아 있다. 두 아들을 일찍 여읜 어머니의 마음을 절절하게 써내려간 것. 사실만 충실하게 기록했던 사대부 남성들의 한문 일기 전통과 달리 조 씨는 한글 일기에 내면을 오롯이 담아냈다.
문신 심노숭(1762∼1837)은 ‘자저실기’에서 “기생들과 노닐 때에 좁은 골목과 개구멍도 가리지 않아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었다”며 자신의 지나친 정욕에 따른 괴로움을 고백한다. 정 교수는 “양반이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숨김없이 토로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식 기록에서 누락됐던 계층의 삶이 진솔하게 드러난 일기들은 한글 산문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 책이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일기 자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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