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 이불에 실수하는 아이.. 저녁 일찍 먹이세요

송상훈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 2021. 9.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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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가 소변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밤새 자주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면 ‘야뇨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야뇨증이란 낮에는 소변을 잘 가리지만 밤에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소변을 보는 질환을 말한다. 비뇨기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만 5세 이상의 아이가 일주일에 2회 이상 자면서 소변을 본다면 야뇨증으로 진단 가능하다.

야뇨증은 5세 소아의 약 15%에서 나타날 정도로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만성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처 방법을 아는 보호자는 많지 않다. 아이를 꾸짖으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 하거나, 반대로 어린 시절의 자연적인 통과 의례로 여기면서 증상을 내버려두기도 한다. 그러나 자아 발달 시기에 야뇨증이 계속된다면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면서 놔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하는 게 좋다.

그래픽=송수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뇨증 의심되면 전문의 진단부터

야뇨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의 야뇨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야뇨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수면 중 각성 장애’가 있다. 잠자는 동안 방광이 가득 차면 뇌에 신호가 가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이 상대적으로 느려 수면 중 각성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면 이불에 소변을 볼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낮에도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나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뇨 증상이 동반되는 과민성 방광은 수면 중 방광을 수축시켜 야뇨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 야뇨증이 개선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야뇨증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방광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진료받아보는 게 좋다. 심한 변비가 있는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직장에 대변이 가득 차 방광을 자극하면 방광 신경이 소변이 찬 것으로 착각해 과민성 방광과 야뇨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뇨증이 몸속 수분 조절을 담당하는 ‘항이뇨 호르몬’의 부족과 관련 있는 경우도 있다. 정상 어린이라면 밤에 항이뇨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소변 생산이 줄어든다. 덕분에 밤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야뇨증이 있는 아이는 항이뇨 호르몬 양이 밤에 늘어나지 않아 낮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변을 생성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가 자는 중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면 잠든 채로 소변을 보게 된다.

◇야단보단 격려로 동기 유발해야

야뇨증은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일상생활 습관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야뇨증 환자의 약 20%가 효과를 본다. 우선 저녁 식사와 물 섭취는 되도록 이른 시간에 하는 게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 소변을 보는 생활 습관도 도움이 된다. 또 전문의와 상의 후 과민성 방광에 대한 약물 치료, 항이뇨 호르몬 보충 치료, 야뇨 경보기(알람)를 이용한 수면 중 각성 훈련(속옷에 소변을 보면 울리는 경보기를 달아 아이가 소변이 나오면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도록 하는 훈련) 등도 활용된다. 이러한 치료는 야뇨증 환자의 약 70~80%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뇨증 치료에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이의 동기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다. 야뇨증이 있는 아이는 밤에 자신이 소변 보는 걸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꾸짖는 건 야뇨증 치료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혹여 아이가 이불에 소변을 보면 야단을 치기보단 야뇨증은 또래 친구들도 흔히 겪는 것이고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알려주는 게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칭찬이나 보상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불에 소변을 보지 않은 날에는 아이 눈에 잘 띄는 달력에 스티커를 붙여서 아이를 격려해주는 등 치료 의지를 북돋아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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