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난해 학생부 수정 70만건, 1년새 6배로.. "금지어 4만개 탓"

조유라 기자 2021. 9.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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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고교의 한 교사는 지난해 대학입시를 앞두고 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학생이 고교 입학 전부터 자매결연을 한 해외 아동에게 한국 동화책을 번역해 보내준 사례를 학생부에 적으려 했더니 "금지어를 포함해 저장하겠느냐"는 경고성 팝업창이 모니터에 떴다.

충남 B고 교사도 "지난해 학생부 금지어는 4만 개 수준으로 국어사전만큼 두꺼웠다"며 "올해는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아 경고 팝업창이 뜨면 심장이 덜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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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공정성 강화한다며 금지어 늘려

서울 A고교의 한 교사는 지난해 대학입시를 앞두고 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학생이 고교 입학 전부터 자매결연을 한 해외 아동에게 한국 동화책을 번역해 보내준 사례를 학생부에 적으려 했더니 “금지어를 포함해 저장하겠느냐”는 경고성 팝업창이 모니터에 떴다. ‘해외’ ‘자매결연’ 등 표현이 금지어로 지정된 탓이다. 이 교사는 비슷한 표현을 찾아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충남 B고 교사도 “지난해 학생부 금지어는 4만 개 수준으로 국어사전만큼 두꺼웠다”며 “올해는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아 경고 팝업창이 뜨면 심장이 덜컥한다”고 말했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정경희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부를 수정한 경우는 총 69만8260건으로 2019년(11만4595건)의 6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는 2019년 교육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사건을 계기로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학생부에 기재하면 안 되는 ‘금지어’를 대거 늘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교육부는 학생부에서 학교명을 블라인드(비공개) 처리하게 되면서 수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공정성을 해치지 않기 위한 조치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호소가 나온다.

지난해 학생부 기재 금지어는 약 4만 개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에, 일상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단어까지 포함하며 논란이 됐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5월 학생부 기재 금지어의 명칭을 ‘유의어’로 바꾸고 6000여 개 단어로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과도한 규정과 잦은 학생부 기록 원칙 변경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고3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지난해까지는 청소년 단체 활동사항에서 단체명을 기록할 수 있었으나 올해 1학년부터는 단체명도 입력할 수 없다. 개인 봉사활동 실적 역시 현 2, 3학년은 기입 가능하지만 1학년은 기재가 불가능하다. 서울 C고 교사는 “대학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금지어와 학생부 유의어가 헛갈려 아이들이 원서를 쓰는 대학에 전화해 자소서 금지어가 뭔지 문의할 정도”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사가 직접 관찰하지 못한 부분을 학생부에 기입하는 것을 막고 외부활동에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입시 비리를 막고 공정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금지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부작용만 낳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학생부 컨설팅 때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안내하거나 기재 금지사항을 ‘편법 기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학생부에 쓰지 못하는 내용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학생부가 학생의 성장과 학교생활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해 사실상 평가 자료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학들이 면접에서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검증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과도한 제한으로) 학생부가 너무 간단해지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전형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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