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확 낮출 비법.. 美포드도 '폐배터리 재활용' 나서
배터리 값의 절반 이상이 원자재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스와 함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에 나선다. 앞으로 포드 전기차가 폐차되면, 레드우드가 배터리만 따로 수거해 그 안에 있는 리튬·니켈 등 원자재를 회수한다. 이를 SK이노베이션과 같은 배터리 제조사로 보내 다시 새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포드에 납품하는 형태다. 재활용 소재로 만든 배터리는 이론상 신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갖는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2일(현지 시각) 미 경제 방송 CNBC 인터뷰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핵심 공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가격의 30~40%가 배터리 값이고, 배터리 값의 절반 이상이 원자재 값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재활용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춰야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하에 재활용 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車 업계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총력
레드우드 머티리얼스는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였던 J B 스트라우벨이 2017년 세운 신생 기업이지만, 기업 가치가 벌써 37억달러(약 4조3600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원료의 90% 이상을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전기차 4만5000대를 만들 수 있는 금속 재료를 모아뒀다. 스트라우벨은 “2025년까지 100GWh 규모의 배터리 소재 생산·가공 공장을 미국에 지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배터리 원자재 공급의 해외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캐나다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함께 재활용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리사이클은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95%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아예 재활용 기술을 자체 확보했다.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해 니켈 1300t, 구리 400t, 코발트 80t을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은 ‘테슬라가 세계 최대 배터리 원자재 생산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원자재 회수율을 현재 60%에서 95%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업체들이 새 전기차를 제조할 때 재활용 소재를 일정량(2030년까지 4~12%) 이상 쓰도록 하는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며 배터리 재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한화·SK이노베이션 등과 협력해 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재활용 시범 사업을 시작해 2025년부턴 매년 배터리 소재 6만t씩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포스코·두산중공업 등도 폐배터리에서 소재를 추출하는 실증 사업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2040년 87조원, 배터리 재활용은 필수적
폐배터리를 부수면 각종 금속 소재가 뒤섞인 까만 가루가 나온다. 여기서 리튬·니켈·망간·코발트 등 핵심 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술로는 배터리 1GWh(전기차 1만5000대 분량)를 분쇄하면 리튬 480t, 니켈 580t, 코발트 120t 등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시세로는 340억원어치다. 배터리 1GWh면 1억달러(약 1175억원) 수준인데, 그중 30% 정도를 되돌려받는 셈이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회수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보급 대수가 최소 1억4500만대 이상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 원자재 공급 부족은 필연적이다.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은 최근 1년 새 33~349% 폭등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리튬·니켈은 채굴 시 환경오염 문제가, 코발트는 주요 생산국인 콩고에서 아동 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진 상태라 채굴량을 급격히 늘리기도 어렵다. 결국 배터리 재활용을 해야만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른 만큼 재활용 수요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0년 21조원, 2040년엔 8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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