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확 낮출 비법.. 美포드도 '폐배터리 재활용' 나서

윤형준 기자 2021. 9.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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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값의 30~40%가 배터리
배터리 값의 절반 이상이 원자재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스와 함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에 나선다. 앞으로 포드 전기차가 폐차되면, 레드우드가 배터리만 따로 수거해 그 안에 있는 리튬·니켈 등 원자재를 회수한다. 이를 SK이노베이션과 같은 배터리 제조사로 보내 다시 새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포드에 납품하는 형태다. 재활용 소재로 만든 배터리는 이론상 신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갖는다.

1년새 급등한 배터리 원자재 가격 변동

리사 드레이크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2일(현지 시각) 미 경제 방송 CNBC 인터뷰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핵심 공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가격의 30~40%가 배터리 값이고, 배터리 값의 절반 이상이 원자재 값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재활용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춰야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하에 재활용 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車 업계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총력

레드우드 머티리얼스는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였던 J B 스트라우벨이 2017년 세운 신생 기업이지만, 기업 가치가 벌써 37억달러(약 4조3600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원료의 90% 이상을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전기차 4만5000대를 만들 수 있는 금속 재료를 모아뒀다. 스트라우벨은 “2025년까지 100GWh 규모의 배터리 소재 생산·가공 공장을 미국에 지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배터리 원자재 공급의 해외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캐나다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함께 재활용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리사이클은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95%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아예 재활용 기술을 자체 확보했다.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해 니켈 1300t, 구리 400t, 코발트 80t을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은 ‘테슬라가 세계 최대 배터리 원자재 생산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 창고에 비닐에 싸인 폐배터리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다. /장련성 기자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원자재 회수율을 현재 60%에서 95%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업체들이 새 전기차를 제조할 때 재활용 소재를 일정량(2030년까지 4~12%) 이상 쓰도록 하는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며 배터리 재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한화·SK이노베이션 등과 협력해 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재활용 시범 사업을 시작해 2025년부턴 매년 배터리 소재 6만t씩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포스코·두산중공업 등도 폐배터리에서 소재를 추출하는 실증 사업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2040년 87조원, 배터리 재활용은 필수적

폐배터리를 부수면 각종 금속 소재가 뒤섞인 까만 가루가 나온다. 여기서 리튬·니켈·망간·코발트 등 핵심 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술로는 배터리 1GWh(전기차 1만5000대 분량)를 분쇄하면 리튬 480t, 니켈 580t, 코발트 120t 등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시세로는 340억원어치다. 배터리 1GWh면 1억달러(약 1175억원) 수준인데, 그중 30% 정도를 되돌려받는 셈이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회수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보급 대수가 최소 1억4500만대 이상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 원자재 공급 부족은 필연적이다.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은 최근 1년 새 33~349% 폭등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리튬·니켈은 채굴 시 환경오염 문제가, 코발트는 주요 생산국인 콩고에서 아동 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진 상태라 채굴량을 급격히 늘리기도 어렵다. 결국 배터리 재활용을 해야만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른 만큼 재활용 수요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0년 21조원, 2040년엔 8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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