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면전에 불만 쏟아져… 빅테크 흔드는 ‘직원 행동주의’

박건형 기자 2021. 9.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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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빅테크들, 내부 폭로에 속앓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전 직원 대상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급여가 정당하게 지급되고 있는가” “승진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등 날 선 질문을 쏟아냈다. 쿡은 “공정한 급여 지급을 위해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여성과 흑인·아시아계가 질문한 승진 불평등과 급여 격차의 원인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직원 상당수는 쿡의 답변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천하에 드러난 애플의 내홍

팀 쿡 CEO가 직원들 앞에 선 것은 내부에 확산되는 불만을 무시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자신을 현직 애플 직원이라고 밝힌 500명 이상이 ‘애플투’라는 직원 조직에 언어 폭력, 성희롱, 직장 내 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직원들은 메신저로 불만을 공유했고, 노동 당국에 진정서까지 접수했다. 이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애플 특유의 문화 때문에 직장 내 문제도 얘기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쿡이 (이날 회의에서) 직원들의 깜짝 놀랄 만한 불안에 직면하면서 회사의 문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의는 또 다른 파장으로 이어졌다. 회의 녹취록이 미디어에 유출되자 쿡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쿡의 경고 메일조차도 곧바로 미디어에 전달됐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장’이라고 자부해온 애플의 내홍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상당수가 직원들의 불만과 내부 폭로, 각종 스캔들로 혼란에 빠져 있다.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지 혜택 등 회사의 급속한 성장 속에 가려졌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이 수백만 명의 유명인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보호해줬다”고 보도했다. 왕따, 인종차별처럼 금지된 게시물을 올려도 화이트리스트에 있으면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곧이어 페이스북이 ‘자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부 보고서를 여러 차례 묵살하고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까지 추진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두 사건 모두 페이스북 내부 고발로 외부에 알려졌다.

각종 스캔들에 대응하는 페이스북의 자세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NYT는 “페이스북이 최근 더 이상 사과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폭력·혐오·가짜뉴스 등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명의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왔다. 하지만 사과할수록 오히려 공격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아예 사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부 연구진에 대한 페이스북 데이터 제공도 중단했다. 내부의 잘못을 고치는 대신, 내부의 잘못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확산되는 직원 행동주의

150만명에 이르는 직원을 보유한 아마존은 회사 내부 소통에 애를 먹고 있다. 지역별로 다른 임금이나 처우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는가 하면 노조 결성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존은 신입 직원의 연봉을 계속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요구는 추가 복지 혜택과 근무 여건 개선 등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구글에서는 올해 초 내부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노조가 설립됐다. 구글 내부에 만연한 사내 성폭력, 소수자 차별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과주의 보상 체계가 확실한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들이 조직 내부에 불만이 있으면 이를 표출하기보다 퇴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옳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직원 행동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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