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으로 출근하고, 회사 카페엔 로봇이 서빙

변희원 기자 2021. 9. 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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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시험대가 된 사옥들

9월 중순 KT 송파 신사옥에 입주한 임직원들은 하루 두세 번씩 일터에서 로봇을 마주친다. 8층 카페테리아에서는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서빙 로봇이 음식과 음료를 테이블까지 갖다 준다. 같은 층 우편실에서 출발하는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층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우편물을 나눠준다. 지하 5층, 지상 28층 규모의 사옥을 공기 정화·살균해주는 방역 로봇도 있다. 이 로봇들에는 모두 KT가 개발한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적용됐다. KT 측은 “신사옥에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을 도입해 기술을 시험하는 동시에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KT 송파신사옥

사옥이 기업들의 신기술·신제품 시험대가 되고 있다. 대규모 공간인 사옥은 눈치 보지 않고 신기술을 시범 운영할 수 있는 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원 수천 명이 이용하는 사원증, 구내 매장, 카페에 신기술을 적용해 고객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

◇로봇이 커피 만들고 방역도... 社內 로봇 전성시대

KT 송파 신사옥에는 로봇뿐만 아니라 KT가 연구·개발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적용됐다. 더 이상 목에 거는 사원증을 사용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사원증으로 건물을 출입하고, 이 사원증으로 구내 매점이나 카페에서 결제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위조나 복제가 어렵다는 장점을 사원증에 적용한 것이다. 사물인터넷 설비 약 2000개를 구축해 AI가 최적으로 냉난방과 환기를 자동 제어한다. 신사옥에 도입된 이 기술들은 KT가 탈(脫)통신을 위해 내세운 주력 사업이다.

신한카드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지어지는 네이버 제2사옥에도 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집약된다. ‘로봇 친화 스마트 빌딩’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에는 로봇, 자율 주행, AI, 클라우드 등이 적용된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봇 전용 통로, 로봇 충전 공간 등 로봇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식음료·서류·택배 등 배달에 특화된 로봇, 청소·방역 로봇, 출입을 관리하는 경비 로봇, 안내 도우미 로봇 등 서비스 로봇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모두 네이버가 한창 개발 중인 ‘브레인리스(두뇌 없는) 로봇’으로 클라우드(원격 서버) 기반의 중앙 관제 시스템으로 통제한다. 네이버가 신사옥이라는 대규모 공간에서 브레인리스 로봇 시스템을 제어하는 실험을 하는 셈이다.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을 시험대로

해외 기업들은 이미 기술이나 제품 상용화 단계 전에 사옥에서 시험 운영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1층에 문을 연 무인 매장 아마존 고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 이상의 시험 운영을 거친 뒤 일반인에게 공개가 됐다. 구글 역시 자율주행차를 거대한 구글 캠퍼스 내에서 시험 운행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일반 도로로 내보냈다.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서비스 로봇 AI휴먼을 개발하면서 AI휴먼이 안내하는 무인 자동화 편의점을 지난달 3일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사옥 내 세븐일레븐 매장에 시범 오픈했다. LG전자도 올해 초 배달 자율 주행 로봇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 GS25 점포에 도입해 시범 운영했다.

IT·통신 기업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사옥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예도 있다. 지난 6월 신한카드는 얼굴 인식 결제 서비스인 ‘신한 페이스페이’를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안면 인식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면서 본사 1층 출입구와 본사 사옥 내 카페테리아에서 시범 운영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이 가장 쉽게 관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는 추세는 앞으로 점점 더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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