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백내장 환자를 배려한 일본의 새 화폐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입력 2021. 9. 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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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칼럼니스트

2024년부터 발행되는 일본의 새로운 1만엔권 화폐의 인쇄가 지난 9월1일 시작됐다.

2019년 4월 일본 정부가 레이와(令和) 시대 시작을 한 달 앞두고 전격 발표한 일본의 3종 화폐쇄신 정책의 일환이며 나머지 5000엔권과 1000엔권 화폐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일본은 전후 지금까지 위폐방지를 표방하며 20년 주기로 화폐쇄신을 진행했는데 이번 화폐는 6기가 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국가든 화폐쇄신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어떤 인물이 인쇄되느냐일 것이다. 이번 6기 화폐에 인쇄되는 것으로 발표된 인물 중 1만엔권의 새 인물은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다.

시부사와는 일본 군국주의 시대 500여개 기업의 설립 및 육성에 관여해 일본에서는 성공한 실업가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제의 경제침탈을 주도한 인물이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02년부터 약 2년간 대한제국에서 유통된 지폐에도 시부사와의 초상이 등장했다고 지적하며 국내 언론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 5000엔권은 일본 명문 사립여대 쓰다주쿠대학 설립자인 쓰다 우메코, 1000엔권은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로 확정됐다. 모두 메이지유신 시대 중요 인물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항목인 인물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적으로 찬반논란이 격렬히 일어나는 게 한국적 시각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 텐데 일본에서는 놀랍게도 매번 조용히 마무리된다. 회전스시 가격이 1엔만 인상돼도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일본 국민들이 생각하는 '돈'과 '화폐'에 대한 개념이 엄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쇄신에서는 의외의 곳에서 불만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해 주목받고 있는데 새 화폐의 디자인이 지금 화폐보다 촌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관계자들은 다수의 채널을 통해 새 화폐에 적용된 세계 최고의 위폐방지기술 홍보에 발 벗고 나섰다.

새 지폐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입체 초상 홀로그램'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지폐를 비스듬히 기울이면 인물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며 복사나 스캔을 해도 뭉개질 정도의 마이크로 방식이 도입된 '최첨단 종이'라고 피력해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던 부정적 여론이 한 유튜브 영상이 퍼지면서 서서히 우군을 확보하고 있어 화제다.

그동안 위폐방지 외에 새롭게 적용된 '모든 사람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홍보해도 그다지 반향이 없었는데 안과 전문의의 친절한 해설과 백내장 시뮬레이션 실험영상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촌스러운 디자인이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60대는 절반, 80대는 99.9%가 백내장 증세를 갖고 있어 화폐인식 오류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데 이번에 인쇄되는 화폐는 이를 최대한 보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채택해 고령자나 시력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줌으로써 더이상 촌스러운 디자인 논란은 필요 없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존 화폐는 일만엔(壹万円)이라는 한자 표기가 인물 왼쪽에 크게 자리잡고 그 위에 작게 10000엔이라고 적혀 있었으나 새 화폐에는 반대로 숫자가 크게 인쇄되고 각 숫자의 간격도 넓혀 가독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외에 콘트라스트 등도 개선해 자칫 오류로 인한 금전사고에 대비한 우수한 디자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결과 나쁜 여론을 돌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가 디지털화폐를 확대하며 종이화폐리스 시대를 향해 매진하는 시점에 '첨단종이'에 힘을 쏟는 것은 30% 이상이 노령층인 일본만의 기이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

모든 남주인공이 조선시대 이씨 성을 가진 분이고 게다가 세계 유일의 모자간 모델을 보유한 한국의 화폐쇄신, 특히 인물쇄신에는 40여년 동안 전혀 손을 못 댄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되나 아직도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노령층의 또다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니버설한 화폐정책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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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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