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만남 주선하고 양육 환경 만들어 주는 '결혼 1번지' [지방기획]

김덕용 2021. 9. 2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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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친화 정책' 힘 쏟는 대구 달서구
저출산 영향에 인구 감소 위기 따라
기초단체 첫 결혼장려팀·조례 신설
'천생연분 찾는 데이'·'가을愛 데이트'
다양한 행사 만들어 선남선녀 연결
대출금리 할인·결혼식 비용 등 지원
아동친화도시 인증까지 받아 '눈길'
대구 달서구 배실웨딩공원에 ‘행복카’를 설치해 오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달서구 제공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만남을 주선해 더 신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구 달서구에 사는 서명숙(35·여)씨는 지난 2월 6일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서씨는 이날 달서구가 마련한 결혼장려 이벤트인 ‘고고(만나go, 결혼하go) 미팅’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생을 같이할 남편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결혼에 대한 마음은 있었지만 만남의 기회가 없어 고민하던 중 지난해 달서구 솔로 탈출 결혼원정대에 가입한 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며 더 따뜻한 사랑을 키울 수 있었다”며 “(이런 만남 프로그램을) 다른 자치단체나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달서구가 저출산 등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 전반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결혼친화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달서구에 따르면 2016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구청 ‘결혼장려팀’과 ‘결혼 지원 조례’를 신설했다. 이어 2018년 달서구를 ‘결혼 특구’로 선포했다. 더는 결혼이 미혼 남녀가 받아야 할 ‘부담’이 아닌 ‘축복’이라는 바람을 전국적으로 일으켜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조례에 따라 달서구는 매년 결혼 장려 지원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시행한다. 결혼 장려를 위한 사업 진행 시 기업, 기관, 단체 등에 업무를 위탁할 수도 있다.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에 따라 예산도 지원한다.

◆‘신나는 결혼 1번지’ 달서구

2015년까지 인구가 60만명이던 달서구는 전국 구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서울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성서산업단지 침체 등으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달서구는 저출산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6년 7월 결혼전담 부서인 ‘결혼장려팀’을 신설하고 결혼공감대 확산, 합리적 결혼문화 정착, 미혼남녀 만남 등 다양한 결혼장려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미혼 남녀 결혼이 운영 목표인 결혼장려팀은 그해 12월 ‘청춘남녀 만남 행사’를 처음 열었다. ‘1호 부부’는 2017년 5월 탄생했다. 지역 기관 단체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 최근 122호 부부까지 나왔다.

현태숙 결혼장려팀장은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달서구가 (주선)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만남 이벤트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결혼장려팀은 청년들에게 결혼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관 확산을 위해 (예비)부부의 프로포즈 사연, 알콩달콩 신혼이야기, 중년부부나 노년의 생활의 지혜가 담긴 결혼이야기를 달서구 소식지 ‘희망달서’에 연재한다. 또한 부모와 자녀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녀 결혼 탐구생활’과 청년희망 토크 ‘결혼을 키(key)워라’를 통해 맞춤형 인식개선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민관 협력사업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가족을 위해 결혼 준비과정에서부터 결혼식 당일, 결혼 후 챙겨야 할 일 등을 알기 쉽고 한눈에 쏙 들어오는 종합체크리스트인 ‘달서 웨딩북’도 지난 4월부터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합리적인 결혼문화 정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웨딩플래너 및 커플매니저 양성과정도 운영 중이다.
청춘남녀가 ‘이월드 가을애(愛) 데이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결혼장려를 위한 이색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천생연분 찾는 데이(Day)’는 미혼 남녀 부모도 함께 참여해 자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행사가 끝나면 부모들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아 교제를 주선할 수 있다. 지역 내 이월드와 함께 ‘가을애(愛) 데이트’와 참외로 유명한 자매결연지자체인 성주군과 공동으로 ‘참외롭지 않은 날’ 만남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달서구는 2018년 9월 6일 결혼에서 육아까지의 의미를 담아 전국에서 유일하게 ‘결혼특구도시’를 선포해 결혼에 대한 인식개선, 만남기회 제공, 결혼장려 기반 조성 등 결혼 장려의 외길을 쉼없이 달려오고 있다. 지역 곳곳에 결혼 장려 분위기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달서구는 합리적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도원동 월광수변공원과 배실웨딩공원을 결혼친화 공원으로 만들었다. 결혼문화 확산을 위한 민관협력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2017년부터 공공·민간기관 등 23개 기관·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미혼남녀 워크숍, 미팅 행사, 11개 공공 결혼식장 개방 등에 협력하고 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달서구는 결혼 성사에 이은 임신·출산·양육 등 부부가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녀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만남행사에 참여해 결혼한 커플에게는 결혼이벤트 비용으로 50만원을, 대구시와 연계해 작은결혼식 비용 100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달서구와 업무협약한 기관은 기관특성에 맞게 병원은 건강검진 우대와 진료비 할인을, 은행은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금리 추가 할인을, 웨딩업체는 웨딩패키지 20% 할인과 웨딩플래너 무료 등을 지원한다. 또한 모든 첫째 아이 출산 가정에 20만원 내외 육아용품을 지원한다. 셋째 아이 출산 시에는 2년 동안 모두 100만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급한다.

달서구는 지난해 7월 아동학대 보호 원스톱 체계 구축을 위해 대구에서 처음으로 아동보호팀을 신설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같은 해 보건복지부의 아동보호체계 구축 평가에서 전국 첫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아동친화 환경 조성 노력의 결실로 유니세프로부터 대구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18세 미만 모든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을 잘 실천한 도시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달서구 관계자는 “청년들의 결혼 기피 현상과 사회적 출생아 수 감소추세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수용하고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 추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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